[김종심칼럼]강삼재씨의 화살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김대중(金大中)비자금」을 폭로해 정국을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난전으로 몰아넣은 강삼재(姜三載)씨에게는 언론이 붙인 별명이 많다. 싸움닭 DJ저격수 YS돌격대 전쟁총장 파괴전문가 독종 저승사자 마귀할멈 등 하나같이 끔찍한 별명들이다. 나이 32세에 12대 국회 최연소의원으로 정치무대에 등장해 현재 45세 4선의원으로 여당 사무총장을 두번째 역임하고 있는 「세대교체의 기수」에게는 결코 아름다운 별명이 아니다. ▼ 「DJ 죽이기」선봉장 ▼ 사진이나 TV화면에서 보는 강씨는 독기가 가득하다. 매부리코에 매서운 눈매, 차고 다부진 인상에 작은 입에서 쏟아지는 음성은 단호하고 카랑카랑하다. 적당히 몸에 묻은 세상살이 티끌이 남에게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자리를 내주기 시작할 연배인 불혹(不惑)의 세대로서는 지나치게 강퍅하다는 인상이다. 어떤 사람은 그 독기가 그를 오늘의 자리에 있게 한 원천이었다고 하지만 그 또한 자랑거리는 아닐 듯싶다. 89년 8월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金泳三)총재가 재선의원인 36세의 강씨를 대변인으로 발탁했을 때 그에 대한 매스컴의 평가는 다분히 호의적이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일에 대한 정열, 강한 집념과 추진력,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사고, 달변과 의협심, 비판적이면서도 예의바른 처신 등이 그에게 기대를 걸게 하는 긍정적 요소들로 꼽혔다. 오늘의 인색한 평가의 전조(前兆)는 보이지 않았다. 그 강씨가 일찍이 정치적 친정인 동교동계(東橋洞系)를 떠나 DJ저격수로 변신한 운명은 비정하다. 95년 8월 「합리적 진보주의자」를 자처한 그는 YS의 총애를 업고 집권당 사무총장에 올랐다. 그가 「진짜 하고싶은 일」이었다는 사무총장으로서 맨먼저 한 일은 역사바로세우기 깃발 아래 전직 두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고 「20억원+α」설로 김대중씨를 죽이는 일이었다. 악역이었다. 그때 노태우(盧泰愚)비자금 파동에서 YS를 방어하기 위해 선택한 그의 DJ죽이기는 현란했다. 「평민당 창당, 중간평가 유보, 5공청산 등 역사의 고비마다 노태우씨와 내통해 역사의 물줄기를 돈과 맞바꾼 DJ는 잘못을 고백하지 않을 경우 국민에 의해 강제로 은퇴당할 것이다」는 것이 그가 퍼부은 막말이었다. 「집권당 사무총장이 떠도는 소문만 갖고 얘기하겠느냐」면서도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못한 이 「20억원+α」설이 「여론조사를 토대로 의혹을 제기한 것일뿐 DJ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는 변명으로 막을 내린 것이 작년 9월이었다. 그러나 「20억원+α」설과 강씨의 DJ죽이기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YS가 아니라 새 총재 이회창(李會昌)씨를 위해 「DJ비자금」설을 터뜨린 강씨가 「20억원+α」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줄곧 DJ금고를 뒤졌다고 밝힌 것이다. 그 결과가 「국가 장래를 걱정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제보」를 모은 「DJ비자금 파일」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제시한 물증은 국민회의측이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1억원짜리 수표 사본 한 장뿐이다. ▼ 조조 화살이 조조 쏠 수도 ▼ 이 엄청난 의혹의 진상은 꼭 밝혀야 한다. 누가 철없는 불장난으로 정치를 더럽히고 누가 부도덕한 돈을 얼마나 숨겨놓고 있는지 이번 기회에 낱낱이 가려내야 한다. 강씨의 폭로가 사실로 판명되면 김대중씨는 강씨의 주장대로 후보사퇴 당권포기 정계은퇴를 각오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강씨는 정계에서 추방돼야 한다. 집권당 사무총장이 남의 뒤나 캐며 무차별 폭로나 일삼는 행태는 정치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조조의 화살이 조조를 쏜다는 속담이 있다. 「강삼재의 화살」이 강삼재씨를 쏠 수도 있다. 김종심(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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