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입시의 새로운 실험

  • 입력 1997년 10월 8일 19시 52분


대학입시제도에 새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가 올해부터 도입하는 교장추천입학제가 최근 전형요강이 확정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드러냈다. 기존 입시와는 별도로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2명씩 교장 추천을 받아 3백85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획기적 발상이다. 선발방식은 면접이나 지필(紙筆)고사에 큰 무게를 두어 과거 대학입시의 틀을 무너뜨리고 있다. 서울대의 이같은 시도는 사실 외국의 제도를 모방한 것이다. 신입생 선발권한이 대학에 맡겨진 선진국에서는 고교 때의 학업성적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특출한 재능이 있거나 리더십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대학입학 기회를 주고 있다. 학교성적만 가지고는 지원자의 능력을 충분히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전형방식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우리 교육의 치명적 병폐는 대학 입학정원을 제한해 입시 때마다 지원자들을 성적 순서대로 줄을 세워온 점이다. 일정 점수에 선을 그어놓고 합격과 불합격을 갈라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비교육적이다.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꼭 우수한 학생이라는 법도 없다. 지난번 입시에서 서울대에 한 명이라도 졸업생을 입학시킨 고등학교는 전국 1천8백여개 고교 가운데 6백여개에 그쳤다. 나머지 학교중에는 여러 가지로 교육여건이 뒤져 서울대에 학생을 보내지 못한 곳도 있을 수 있다. 서울대에 갈 성적은 못되지만 탁월한 재능을 지녀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학생도 적지 않다. 교장추천입학제는 이들에게도 입학기회를 줌으로써 현행 입시제도의 맹점을 개선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이 제도 실시를 앞두고 일선 고교에서는 어떤 학생을 추천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추천에 따른 잡음을 없애기 위해 전교 1,2등을 추천하겠다는 학교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제도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을 수 없다. 성적보다 인재로서의 잠재능력이 있는 학생을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대도 실제 전형과정에서 객관성과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함으로써 이 제도가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입시가 성적위주의 한계에서 벗어나며 교육정상화도 그만큼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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