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만 하고 나면 경기가 잘 안 풀려. 그래서 도망갔다 왔지』
쌍방울 김성근감독.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OB 투수코치 시절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내내 노란 팬티만을 고집했다는 그는 이날 2차전에선 색다른 징크스를 들고 나왔다.
언론에서 그를 찾느라 소동이 벌어진 가운데 오후에 그가 다녀온 곳은 경북고 구장. 심성보 공의식 김실 등 최근 타격이 부진한 다섯 명의 선수에게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특별 타격훈련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시험전날 벼락치기 공부가 효과가 없다는 것쯤은 그도 잘 알고 있을 터. 그러나 막상 시험장에 들어선 이들은 고비마다 안타를 터뜨리며 김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낸다는 「김성근식 카리스마」가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바람도 쌍방울을 도왔다. 승리의 물꼬를 튼 1회초 조원우의 선두타자 홈런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강하게 분 바람의 영향을 받은 것.
도루저지 능력이 3할을 간신히 넘는 삼성 포수진의 약한 어깨도 쌍방울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쌍방울이 2대0으로 앞선 5회 2사 1, 3루에서 1루주자 김성래가 2루를 거의 걸어가다시피 훔쳤고 결국 삼성은 박경완에게 고의 볼넷을 내준 뒤 심성보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았던 것.
이와 함께 3번에 기용된 김성래와 대타 김성현 등 삼성 출신 노장들의 투혼도 쌍방울의 승리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귀신도 모른다는 포스트시즌 승부의 향방. 그러나 이날 승부는 가장 기본적인 데서 판가름났다.
〈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