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접경지역 규제완화 신중히

  • 입력 1997년 10월 7일 19시 56분


비무장지대의 민간인통제선 이남 접경지역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접경지역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6.25전쟁 이후 각종 규제에 묶여온 민통선 이남 접경지역의 개발이 획기적으로 촉진될 수는 있을 것이다. 법안의 명칭에도 나타나 있듯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만남의 광장 등이 들어설 평화시 및 남북경제협력특구 건설을 비롯한 통일기반 조성이 그 제안 이유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면 과도한 개발기대 심리를 유발해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그동안 생태계의 보고(寶庫) 역할을 해왔던 접경지역의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각종 규제가 이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한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규제는 당초 안보차원에서 불가피했던 것이고 지금에 와서는 환경보전 차원에서 오히려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할 경우라도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 투기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현 체제를 유지한다면 주민의 손해를 최대한 보상하는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공청회 등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신중히 처리할 문제다. 이 법안은 형식상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됐으나 정부 주도로 여당이 추진하고 야당의원 일부가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야당의원의 가세가 지역구 유권자를 의식한 마지못한 선택이라고 본다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선심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이와 비슷한 법안이 추진되다가 환경단체의 반발과 당정협의 과정에서의 마찰 때문에 보류됐던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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