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 최근 결핵환자까지 늘고 있어 외국의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이들을 돕기 위한 의료지원 활동이 추진되고 있다.
북한 보건부는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구호단체인 유진 벨 재단측에 식량지원 외에 결핵퇴치사업 지원을 정식으로 요청해 왔다고 이 재단의 이사장 스티븐 린튼박사가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 본지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밝혔다.
린튼 이사장은 1895년 목포에 선교사로 와 정착한 유진 벨의 외증손으로 지금까지 북한에 식량지원 등을 위해 25차례 왕래했다.
그는 『한국에서 성장할 때 2번이나 결핵에 걸렸던 경험이 있다』면서 『어머니가 받은 호암상 상금 5천달러로 마련한 구급차 1대를 지난 1월 북한 외교부장 김영남(金永南) 입회하에 북한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린튼 이사장에 따르면 결핵은 영양상태가 만성적으로 부실할 때 특히 걸리기 쉬운 병으로 북한의 결핵이 식량난과 관계가 깊다는 것. 북한은 극심한 식량부족을 겪고 있는데다 의료장비와 약품이 부족해 결핵치료가 한계상황에 다다랐다는 전언이다. 린튼 이사장은 『현재 북한에는 결핵 예방을 목적으로 한 예방원이 13곳, 결핵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요양소가 60곳이 있으나 시설이 낙후한데다 의약품이 부족해 제대로 의료활동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결핵의 확산을 막고 환자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 요양시설도 영세해서 문제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0년대말 헝가리에서이동 X선 차량 70대를 구입, 의사들이 공장 농장 광산 등을 순회하며 결핵환자를 찾아 치료케 하는 등 나름대로 예방의학에 신경을 썼었다. 그러나 이같은 장비가 그후 30년이 지나도록 전혀 교체되지 않는 바람에 최근엔 환자가 제 발로 병원을 찾기 전에 북한당국이 먼저 발견, 적절한 치료를 하는게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런 북한의 극한상황을 감안, 유진 벨 재단은 현재 이동 X선 차량 3대를 기증하기 위해 한국 교회 등을 상대로 모금활동을 벌이는 한편 통일원 대한결핵협회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그의 집안은 선교활동과 함께 순천에서 기독재활원을 운영하는 등 한국의 결핵퇴치에 기여, 린튼 박사의 어머니가 이같은 공로로 지난해 호암상을 받기도 했다.
또 린튼박사의 동생인 인요한(미국명 존 린튼)박사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외국인진료소장으로 지난 4월 부인을 북한에 보내 한국에서 구한 결핵예방 및 치료제 INH 0.5t을 전달했다. 린튼 형제의 두 부인은 모두 한국인이다. 동생 린튼 박사는 이어 지난 7월말 자신이 직접 방북, X선 촬영용 간접 필름 10만장을 기증하고 돌아왔다.
결핵약의 경우 한국의 가격이 국제가격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한국에서 구입해 지원하는게 북한측에 보다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린튼 박사 형제는 설명했다.
린튼 박사 형제는 『결핵약은 다른 항생제와는 달리 결핵의 예방과 치료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며 『한국인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동포를 돕는데 나서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