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칼의 문화다. 복종하지 않으면 단호히 칼로 친다. 이 속에서 「개인」이 없이 살아가는 일본인의 뇌를 자극하기 위해 나는 연극으로 투쟁을 한다』
일본의 대표적 실험극단 「신주쿠 양산박」을 이끌고 「세계연극제 97 서울/경기」에 참가한 김수진(金守進·43)씨의 말이다.
3∼6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맹인 인도견」을 연출하는 그는 『맹인 인도견이란 무조건 주인에게 복종하며 주인이 정하는 목적지로 이끄는 개』라며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자기자신을 모릅니다. 사회의 힘은 강하지만 개인은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고 그저 복종만 할 뿐입니다. 우리극단은 일본인들의 「잃어버린 나」를 일깨우기 때문에 일본사회에서 인기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같은 연극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에서 태어나 도카이(東海)대 전자공학부를 졸업했으며 87년 「수호지」에서 이름을 따와 「신주쿠 양산박」을 창단했다. 그의 연극은 강렬한 메시지 외에도 생동감 넘치는 천막공간의 활용, 역동적이면서도 시각적인 연출로 이름나 있다.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