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11)

  • 입력 1997년 9월 30일 08시 51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37〉 『아부 알 사다트, 그대가 정녕 나의 노예라면 이 지하 보고(寶庫)에 있는 걸 모두 밖으로 날라줄 수 있겠나?』 마루프는 반지의 마왕을 향해 말했다. 『예, 그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마신은 한 손을 흔들어 알 수 없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놀랍게도 바닥이 두 쪽으로 갈라졌고 마신은 그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우아한 몸매에 외모가 수려한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저마다 황금 광주리에다 황금을 담아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황금뿐만 아니라 진주며 주옥이며, 다이아몬드들을 서로 섞이지 않게 따로따로 분류하여 날랐다. 그들이 얼마나 부지런히 일을 했던지 그 많은 보물들을 모두 밖으로 옮기는 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이 끝나자 아부 알 사다트가 나타나 마루프에게 말했다. 『주인님! 저희들은 주인님께서 시키는 일을 모두 끝냈습니다』 『그런데 이 어여쁜 동자들은 대체 누군가?』 마루프가 마왕에게 물었다. 『저것들은 모두 제 아들놈들이옵니다. 요만한 일로 마족 무리들을 동원할 건 없을 것 같아서 제 아들놈들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달리 분부하실 일은 없으십니까?』 『커다란 궤짝과 암탕나귀들이 필요하다. 궤짝에 저 보물들을 모두 담은 다음 당나귀 등에다 실어주었으면 좋겠다』 『알았습니다』 아부 알 사다트는 이렇게 말하고 무어라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팔백 명이나 되는 그의 아들들은 아버지 앞으로 몰려왔다. 아버지는 그들을 향해 지시했다. 『너희들 중 칠백 명은 당나귀로 변신하고, 나머지 일백 명은 백인노예로 변신하라』 아버지의 영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칠백 명은 다시없이 훌륭한 당나귀로 둔갑을 하고, 나머지 일백 명은 어떤 왕도 거느려 볼 수 없을 만큼 으리으리하게 차려입은 백인노예로 변하였다. 이어 마왕은 마족 일당을 불러냈다. 마족들이 나타나자 마왕은 그들 몇몇에게는 주옥으로 장식한 황금 안장을 얹은 말로 변신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나머지 마족들에게는 커다란 궤짝을 가져다가 보석들을 담아 삼백 마리의 수탕나귀에다 싣게 하였다. 모든 준비가 갖추어진 것을 본 마루프는 다시 마왕에게 말했다. 『여보게, 마왕, 최상급의 피륙을 좀 가져올 수 없겠나?』 그러자 마왕은 물었다. 『이집트산 피륙으로 가져올까요. 아니면 시리아산이나 페르시아산, 혹은 인도나 그리스산으로 가져올까요?』 『그것들을 각각 일백 짝씩, 오백 마리의 당나귀에다 실어주게』 『그렇다면 주인님, 시간을 좀 주십시오. 부하들을 여러 나라로 파견하여 피륙 일백 짝씩을 가져오게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겠군』 『천만에요. 하룻밤이면 족합니다. 날이 새기 전에 부하들은 주인님이 원하는 물건들을 가지고 돌아올 것입니다』 『그 정도라면 기다려주지』 <글:하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