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일 축구전에서의 통쾌한 승리는 98프랑스 월드컵 본선진출과 함께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다짐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월드컵주경기장의 부지선정 문제다. 공동개최국인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의 준비상황은 너무 지지부진하다.
서울시는 내일 월드컵주경기장부지선정위원회를 열어 후보지별 장단점을 검토한 뒤 내달 10일까지 경기장부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는 마포구 상암지구와 보라매공원이 떠오르고 있다. 한때 후보지로 거론됐던 강서구 마곡동은 사유지 매입과 보상문제로, 송파구 방이동은 인근에 86아시아경기와 88서울올림픽을 치른 각종 경기장들이 몰려 있어 제외됐다. 또한 축구계가 원하는 동대문운동장은 도심교통난을 이유로, 뚝섬은 비슷한 성격의 돔구장(球場)이 건설되기 때문에 배제해 놓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주경기장의 경우 시민접근의 편의성 공간활용성 건설공기(工期)의 단축여부만이 아닌 지역의 균형발전과 역사성 상징성까지를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최적의 후보지로 꼽혀온 동대문운동장과 뚝섬지구가 아예 검토대상에서조차 제외된 것은 잘못이다.
보라매공원과 상암지구도 결함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보라매공원은 도시기반시설이 완비돼 있고 토지보상문제 등의 어려움은 없지만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도심 속의 공원을 훼손해야 한다. 상암지구는 서울의 균형발전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난지도 쓰레기매립지가 인접해 있어 악취발생의 위험성과 국제적 이미지 손상의 우려가 크다.
뒤늦게 허둥대다보니 졸속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부지선정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지만 결론을 내리기 전에 각계의 의견을 보다 폭넓게 수렴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