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열기가 대단하다. 어제 과천 서울랜드에서 개막된 97국제만화페스티벌에는 첫날부터 많은 관람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21세기 유망산업인 만화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각국의 첨단 만화를 선보이는 이번 행사에 대한 높은 관심은 국내에도 만화산업을 꽃피울 수 있는 기본토양이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만화는 지금 거의 모든 세대에 생활의 일부나 다름없다. 책이나 잡지, TV 등 각종 매체에서 늘 만화를 접할 수 있고 캐릭터 광고 전자오락 등 관련산업을 통해서도 만화는 우리의 삶에 가까이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국내 만화산업의 취약한 현주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TV에서 내보내는 만화영화의 6.4%만이 우리 것이고 국내 만화서적도 일본이나 미국 만화 번역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가 즐기는 만화가 대부분 남의 것이라면 만화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보통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세계 만화시장은 연간 1천5백조원의 엄청난 규모로 해마다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별다른 시설투자 없이 창의력과 감각으로 승부하는 만화산업은 부가가치가 아주 높은 분야일 수밖에 없다. 한 편의 만화영화가 성공하면 음반 컴퓨터게임 캐릭터 팬시상품 등으로 계속 이어져 수익이 극대화된다. 이 때문에 21세기에는 만화산업이 세계 경제를 좌우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만화산업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제작을 대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만화영화 수출액은 연간 6천억원에 이르지만 그중 순수 우리 작품은 몇 십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우리나라 만화제작 능력이 세계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만화가 도약하려면 독창적인 작품을 제작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만화산업은 미술 문학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사회 구성원의 수준과 소양이 뛰어나야만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 문화역량 강화가 만화산업 육성의 선결조건인 셈이다. 아울러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저질만화의 추방도 경쟁력 증대에 필수적이다. 이번 행사가 전국적인 만화 붐을 조성해 국내 만화산업 육성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