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내달초 발표…숨죽인 세계문학계

입력 1997-09-25 19:57수정 2009-09-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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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다가왔다. 전통적인 수상자 발표일은 10월 첫주 목요일이지만 아직 확정안된 상태. 매년 1백50여명의 내로라하는 작가가 스웨덴 한림원에 후보자로 추천되지만 최후에 미소짓는 사람은 오직 한명. 「본선에서만 3수(三修)이상의 고배를 마셔야 비로소 월계관을 쓸 수 있다」는 이 자리를 놓고 올해도 예측이 구구하다. 90년대 들어 노벨상이 세인트루시아, 남아공 등 피식민지나 문화소외층의 작가들에게 주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변방」의 작가가 수상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95,96년에 아일랜드의 히니, 폴란드의 쉼보르스카(여) 등 유럽권 시인이 선정됐기 때문에 중서부유럽 출신이거나 시인, 여성인 후보자는 비교우위에서 열세에 놓인다. 노벨문학상 97년역사에 여성의 2년 연속 수상은 없었다. 지역안배에서 1순위로 부각되는 곳은 남미. 90년 옥타비오 파스(멕시코)이래 수상자가 없었다. 후보작가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지만 멕시코의 카를로스 푸엔테스(소설)와 칠레의 니카노르 파라(시)가 단연 먼저 꼽힌다. 푸엔테스(89)는 10년 넘게 수상문턱에서 좌절한 만년후보.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발견 이래의 장구한 역사를 통찰하며 라틴아메리카인의 정체성을 탐구해왔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은 섹스를 한다」 등이 번역됐다. 파라(83)는 54년작 「시와 반시」로 남미시단의 선구자가 된 인물. 그는 「반시」에서 아름다운 시어 대신 일상적 언어를 구사하며 『시도 자본주의적 소모품일 뿐』이라고 선언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일본이 두번 영광을 안은 극동지역보다는 중동과 인도쪽이 조명된다. 이스라엘 작가로 주목되는 인물은 소설가 아모스 오즈(58). 팔레스타인이라는 화약고를 안고 있는 이 나라에서 오즈는 「공존」을 모색하는 작품을 써온 반전반핵주의자다. 활동무대는 영국이지만 카리브해의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인도인의 후예로 태어난 VS네이폴도 매년 거명되는 후보. 그는 소설형식을 빌려 중남미근현대사를 재구성한 소설 「세계속의 길」 등을 통해 『제국주의가 제삼세계에 입힌 상처를 고발해온 역사의 증언자』로 평가돼 왔다. 유럽에 또한번의 영광이 돌려진다면 지난 10년간 한번도 수상자를 내지 못한 네덜란드어권과 포르투갈어권 프랑스어권의 작가들에게 우선권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네덜란드 작가로 1순위는 세스 노터봄(64). 「이스파한에서의 하룻저녁」 등 기행문학의 대가로 꼽히는 그는 인간의 본질을 탐색하기 위해 지구상의 여러지역을 순회하고 그 기록을 소설화한다. 이베리아반도의 희망은 포르투갈 소설가 주제 사라마고(75). 사라마고는 유럽연합(EU)의 변두리인 포르투갈인들의 정체성불안을 끊어읽기가 불가능한 문장 등 독특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90년부터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바니아출신 망명작가 이스마엘 카다레(61)는 프랑스어권의 후보다. 스물네살에 발표한 데뷔작 「죽은 군대의장군」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작가가 된 그는 전체주의에 대한 경계와 민족혼 복원을 주제로 삼아왔다. 한국작가의 가능성은 얼마만큼일까. 올해도 노벨상 공식추천기관인 한국펜클럽은 미당 서정주씨를 후보자로 천거했다. 그러나 스웨덴어를 포함해 4개국어 이상으로의 번역, 해당작가가 참여하는 현지 「문학의 밤」개최, 수차례의 본선탈락 등 역대 작가들이 영광을 안기까지 거쳐야 했던 수많은 통과의례에 비추어보면 우리나라의 수상준비는 아직 출발선 단계에 불과하다.〈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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