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이가을씨(56)는 45세가 돼서야 「이젠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에게 전하는 글이 세상 무엇보다 어려웠기 때문.
『나쁜 어른들 이야기로 가득찬 듯한 이 사회에서 아이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자는 생각이었지요』
어울려 사는 삶의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지난달 펴낸 「솔매산 노래마을」(대교출판)과 올봄 내놓은 「빛을 가진 아이들」(대원사)「큰스승 소득이」(서광사)「오대산이 품은 아이」(조계종 출판사)가 그리는 내용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착한 어른들의 이야기. 「솔매산 노래마을」은 연립주택에 오순도순 사는 이웃의 얘기.
초등학교 교장을 하다 정년퇴직한 노부부는 정성스레 꽃밭을 가꾼다. 동화작가 선생님은 집안 가득한 책으로 마을도서관을 만든다. 컴퓨터회사에 다니는 아저씨는 비둘기를 키우며 새소리를 아이들에게 선물한다.
새록새록 쌓인 이웃사촌의 정은 집부근 공터를 사랑방으로 바꾸어 놓는다. 알림판을 통해 서로 서로 따뜻한 마음을 나눠 가질수록 솔매산 사람 모두의 마음은 넉넉해져 가기만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빛을 가진 아이들」은 4학년 별반 아이들 이야기.
『톡톡 튀는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구김살없이 자란다면 얼마나 좋아요』
소문난 개구쟁이들은 철학박사로 대학교수를 하다 그만두고 오신 담임선생을 맞이하고는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곳이 학교라고 여기게 된다.
방학도 즐겁기만 하다. 숙제는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고 그것을 발표하는 것으로 그만. 겨울방학을 맞아 36명의 별반 아이들은 학부모 몇 분과 선생님이 마련한 여행을 떠난다.
등산 하키시합 눈싸움 학예회로 즐겁기만 한 아이들은 어느날 선생님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눈에는 초롱초롱 별이 내린다. 개구쟁이 아이들을 별처럼 만들어준 선생님을 그리며.
실제로 작가 이씨는 동화속에 나오는 선한 어른들처럼 살아왔다. 여섯딸을 키우며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 한쪽에 돗자리를 깔아 동네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했다. 방학때엔 동네 아이들과 역사찾기여행을 떠나 밤이 되면 별자리를 찾았다. 그는 현재 성남에서 어린이 전문서점을 하고 있다.
『비싼 과외비만 걱정말고 「초등학교 시절 좋은 책 1천권 읽기 운동」을 해보는게 어떨까요』
그는 직접 동네에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 생각으로 바쁘다. 방에 가득한 2천권의 책을 갖다 둘 만한 장소만 있으면 족하단다.
〈조헌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