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식수에 담배꽁초라니…

  • 입력 1997년 9월 18일 20시 30분


급수차가 단수지역 식수용으로 싣고온 수돗물에서 담배꽁초와 벌건 녹물이 섞여 나와 주민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 강서수도사업소가 17일 등촌동 주공아파트 단지에 공급한 물은 허드렛물로도 쓰기 어려울 정도였다. 작은일 같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만 화를 내고 말 일이 아니다. 초보적인 대민 서비스 행정체계에 크게 구멍이 뚫려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서울시가 사후에 내놓은 해명자료는 주민들이 사건을 확대한 것처럼 몰고 있다.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자세다. 이 자료는 「강서수도사업소 직원들이 수돗물을 받는 과정에서 허리를 구부려 주머니에 든 담뱃갑이 물탱크에 빠진 것을 모르고 그대로 급수했다」면서 「주민들이 급수탱크 밑 청소구 밸브를 열어 나온 녹물 등을 취재기자에게 보여 주었다」고 변명했다. 담배꽁초는 일부러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실수로 들어갔으며 녹이 슨 곳은 청소용 밸브지 급수용 밸브가 아니라는 것이다. 급수탱크는 작은 곳 깊은 구석까지 청결해야 하며 하부 밸브에 녹이 슬었다면 보이지 않는 탱크 내부에는 더 심한 녹이 슬어 있을 수도 있다. 주민들이 『이걸 마시라고 주느냐』고 흥분할 정도의 물을 보내놓고 이런 내용을 해명자료라고 배포하는 배짱이 놀랍다. 지금 서울시가 할 말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일 것이다. 대민 서비스를 맡은 최일선 직원들의 근무자세와 기강이 이 정도라면 큰 문제다. 서울시장이 임기도중 그만 두었다고 기강이 흐트러졌다면 그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치행정은 무엇보다 납세자인 주민의 생활편의를 최대한 돕는데 존재 이유가 있다. 서울시 수도사업본부 직원들은 뼈아픈 반성을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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