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파탄나는 가정교육

  • 입력 1997년 9월 13일 18시 22분


▼인간은 야수와 천사의 두 얼굴을 지닌 존재인가. 인간의 복잡한 정신세계와 행동을 고찰해온 학자들은 인간의 마음 속에 선과 악의 양면이 함께 존재한다고 믿는다. 본능을 따르고 싶어하는 충동과 이것을 억제하려는 기제(機制)가 무의식의 세계에서 때로 갈등을 일으킨다는 이론도 있다. 이러한 이론에 따르면 교육 법 관습 종교 예술 등은 바로 본능적 충동을 억제하거나 승화하기 위한 목적을 수행한다 ▼그러나 멀쩡하게 생긴 여성의 깊은 내면에 숨어 있던 잔인한 마성(魔性)에 대해 어떠한 이론도 속시원한 설명을 해주지는 못한다. 나리양 유괴살해범은 4년제 대학을 나와 다시 예술전문대에 진학한 인텔리 여성이었다. 그녀는 경찰의 수사망이 죄어오자 다른 공범의 강요를 암시하는 메모를 만들고 경찰에서도 초기에 거짓 진술을 했다. 그녀에게 교육은 인간의 마성을 억제하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유괴살해에 따른 비난을 희석할 목적으로 간지(奸智)를 부리는 효용밖에 없었단 말인가 ▼가정주부들 중에는 『생활이 어려우면 친정에 가서 눈물바람이라도 하고 좀 뜯어올 일이지…』라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가볍게 말할 일은 아니다. 이 시간에 가장 가슴 아픈 사람은 자식을 잃은 나리양 부모이겠지만 그 다음은 범인의 부모가 아닐까 싶다. 고위 공직자인 범인의 아버지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수사에 협조했다. 자식농사를 망치고 평생 가꾸어온 명예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고통에 시달릴 그가 안쓰럽다 ▼이 기회에 한국 교육이 혹시 지식을 전수하는 기능에만 치중하고 정작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볼 필요도 있다. 학교와 가정에서 너무 「공부 공부」하고 몰아치면서 인간의 덕성을 함양하는 교육은 뒷전으로 미루어놓지 않았는지 한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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