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프놈펜慘事 왜 이런 시련이…

  • 입력 1997년 9월 4일 20시 07분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하다. 3일 프놈펜에서 일어난 베트남항공기 추락사고로 한국인승객 21명 전원이 다른 탑승객 44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괌의 참사(慘事)를 겪은 지 채 한달도 안되었는데 왜 또 이런 시련이 겹치는 것인지, 구조 직후 아빠를 부르던 다섯살짜리 어린이마저 끝내 숨졌다는 소식은 우리를 깊은 비탄에 잠기게 한다. 사고가 난 프놈펜 공항은 활주로가 하나뿐인데다 관제시설이 지극히 낙후한 곳이다. 게다가 사고 항공기는 60년대에 개발한 소련제 낡은 기종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런 열악한 조건들이 악천후와 겹쳐 참사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 위험한 곳으로 한국인들이 날아간 연유 또한 우리를 숙연케 한다. 한국인 희생자들은 대부분 어려운 캄보디아를 돕거나 오지를 개척하기 위해 그곳으로 날아갔다. 몸이 아픈 캄보디아인들을 돕기 위해 의료장비를 싸들고 찾아가던 의사일행 6명, 척추교정술까지 익혀 마음이 가난한 캄보디아인들을 도우려던 선교사 일가족, 캄보디아 한국대표부 참사관의 아내와 아기. 하나같이 아깝고 슬픈 죽음들이다. 그들은 죽어서조차 편할 수 없었는가. 공항 구조대원들마저 인명구조는 뒷전이고 시신을 뒤져 값나가는 물건들을 챙기기에 바빴다는 목격자 증언과 TV화면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심지어 시신에서 옷까지 벗겨가더라는 증언들은 충격적이다. 수습된 시신들은 냉동고도 없는, 에어컨도 안된 병원에 옮겨져 있다. 희생자의 시신수습과 유해운구부터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괌참사 때와 같은 무능과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괌참사 때와는 또 달라서 사고비행기는 우리 항공기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아직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희생자 보상문제가 중요한 현안으로 불거질 수도 있다. 수습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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