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실명제폐지 주장]초조한 JP 「차별화 카드」

입력 1997-09-02 19:54수정 2009-09-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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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총재가 2일 돌연 금융실명제폐지 주장을 들고 나온 이면에는 최근의 「곤궁한 처지」에서 탈출하려는 의도가 있음이 엿보인다. 김총재는 최근 동아일보 여론조사를 비롯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지지율이 10% 미만의 「부동(不動)의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문제마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에 의해 주도되는 등 정국주도권을 상실하자 초조한 기색을 보여왔다. 심지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와 추진 중인 후보단일화협상이 마치 「김대중총재(DJ)손들어주기」처럼 투영되고 자민련이 국민회의의 「2중대」처럼 비치자 김종필총재(JP)는 뭔가 「차별화 카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물론 JP 자신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것처럼 그는 금융실명제에 관한 한 어느 누구보다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이날 회견에서 단지 실명제폐지만 주장한 게 아니라 분리과세를 통한 금융거래의 실명화 적극유도 등 약간의 대안(代案)도 밝히면서 금융실명제를 경제위기의 「주범(主犯)」으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김총재의 실명제폐지 주장엔 그런 경제논리보다는 정치전략의 냄새가 훨씬 짙게 풍긴다. 김총재가 기자회견의 상당부분을 전,노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문제에 할애한 것이 그 정황증거다. 김총재는 이날 실명제폐지에 관한 회견문을 읽은 뒤 묻지도 않았는데 『전,노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문제를 돌연 제기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발상을 건전하게 보지 않는다』며 「정략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김총재는 또 『두 당이 (사면문제에)한꺼번에 덤벼들던데 우리는 야당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것인지…』라며 노골적으로 국민회의측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뭔가 정국주도의 카드 하나를 상실한데 대한 아쉬움이 깔려있는 듯했다. 결국 김총재는 「실명제폐지」라는 강력한 카드를 던짐으로써 정국주도권을 회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수기득권층의 대안은 자민련 뿐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김총재가 정책공조를 유지해온 국민회의와 실명제폐지에 관해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실명제폐지를 국민회의와의 「차별화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김총재가 또 「실명제폐지 주장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당내의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날 전격적으로 실명제폐지카드를 던진 데는 신한국당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실명제폐지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이전에 「JP카드」로 굳혀 놓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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