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은 고립 자초말아야

  • 입력 1997년 8월 28일 20시 17분


북한은 장승길 이집트주재대사 일행의 망명을 이유로 미국과의 제3차 미사일회담을 갑자기 취소했다. 또 유엔 인권소위가 북한의 인권유린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한 항의로 유엔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도 탈퇴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폐쇄의 빗장을 다시 거는 모습이다. 북한의 반발은 치밀히 계산된 행동으로 보인다. 그들도 장씨 일행을 범죄인으로 몰아붙여 인도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 대한 항의의 강도를 높임으로써 대미접촉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속셈이 틀림없다. 아직은 이번 망명사건이 4자회담이나 앞으로의 미사일회담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대외관계의 냉각기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그들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장씨 일행의 망명이나 유엔의 인권결의안이 북한 정권에 미친 충격은 짐작할 만하다. 특히 북한의 대(對)중동미사일 수출 내용을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을 장씨의 미국 망명은 그러잖아도 마지 못해 하고 있는 미국과의 미사일 협상을 깨는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장씨가 갖고 있는 미사일 정보가 미국측에 다 전달될 바에는 회담을 거부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익을 챙기려 노력하는 편이 누가 보아도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북한은 다음달 중순에 열릴 4자예비회담도 장씨의 망명을 꼬투리삼아 분위기를 흐리려 해서는 안된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회담이니 만큼 그 역시 비난과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다. 북한은 장씨의 망명을 현실로 인정하면서 대외개방과 접촉에 적극 나서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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