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포청천」이 하루아침에 「탕녀」로…

  • 입력 1997년 8월 27일 20시 40분


「산신령」이 하루 아침에 「탕녀」로 둔갑하는 것이 우리 정치판이다. 그저께 서울시의회에서 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이 趙淳(조순)서울시장의 대선출마를 맹공하며 그를 몸 파는 기생이나 탕녀에 빗댄 것은 듣기에 참으로 민망하다. 조시장이 한때 정의로운 「포청천」이니 산신령이란 별명을 들은 것도 과장된 것이지만 대선에 출마한다고 하자 당장 육두문자를 사용해 온갖 욕설을 퍼붓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조시장의 출마에는 비판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35년만의 첫 민선시장이 임기를 10개월이나 남겨놓고 사퇴하는 것은 표를 준 시민에 대한 약속위반이자 지방자치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지적은 수긍할 만하다. 야당으로서는 그의 출마가 시장선거 때 물심양면으로 밀어준 정파에 대한 배신이며 겨우 모양을 만들어가는 야권후보 단일화를 뿌리째 뒤흔드는 돌출행동으로 인식할 수도 있겠다. ▼그런 비판이라면 냉철하게 논리적으로 접근했어야 옳았다. 그러기는커녕 탕녀니 기생이니 따위 인신모독성 욕설을 늘어놓고 그것도 모자라 퇴장하는 조시장의 멱살을 잡는 작태까지 벌였으니 이런 시의원들이야 말로 의사당의 「무법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러고도 1천만 서울시민을 대표한다는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소속정당의 대선전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추태다. ▼합리적 토론은 무시한 채 시정의 불량배조차 입에 담기 힘든 언설과 고함 몸싸움만 벌이는 의원들이야 말로 지자제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들이다. 조시장의 출마로 서울시정은 다시 관치(官治)시대로 돌아가게 되고 시의회는 회의나 토론의 기본조차 모르는 의원들로 채워져 있으니 걱정이다. 남은 대선기간에 이와 비슷한 일이 다른 지방의회에서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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