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네덜란드]조세법 위반 세금추징 혹독

  • 입력 1997년 8월 26일 08시 33분


네덜란드에는 전통적으로 동네마다 1주일에 한번씩 거리시장이 열린다. 이때는 누구나 나와서 장사를 할 수 있다. 얼마 전 거리시장에서 빵을 팔다가 엄청난 세금을 추징당한 사람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한국의 포장마차 같은 이동식 천막을 짓고 즉석에서 빵을 구워 팔았다. 그런데 어느 날 세금을 탈세했다며 엄청난 추징금과 함께 시청 세무과로 출두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탈세한 일을 기억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세무과에 간 그는 탈세한 증거로 제시된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비디오테이프는 장이 선 날 빵을 파는 현장이 내려다 보이는 건너편 건물에 카메라를 설치해 찍은 것으로 빵을 사는 사람들이 몇달에 걸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세무과는 이를 근거로 1인당 평균 빵 구입금액에 총 사람수를 곱해 그의 수입액을 산정한 뒤 그가 자진신고한 수입금액과 비교했다. 당연히 수입금액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으며 그는 조세법 위반으로 탈세금액을 추징당했던 것. 세무과는 탈세추징액에 대해 이의가 있으면 법원에 이의신청을 해 구제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명백한 증거제시에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고스란히 세금을 내고 말았다. 문제는 그가 만든 빵이 유독 맛있다고 소문나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그의 빵을 살 정도로 장사가 잘 됐던 것. 거리시장 수준에 맞게 조금만 팔았으며 문제가 없었을텐데…. 유럽의 역사는 「세금과의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세금추징이 지독하다. 사람이 죽으면 제일 먼저 달려오는 사람도 상주가 아니라 시청 세무과 직원이라고 할 정도다. 조금만 지체하면 재산을 빼돌려 상속세를 탈세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니 죽은 사람까지도 세금부터 정산하고 저승길로 가는 형국이다. 세금 납부에 유난스레 이런 저런 소리가 많은 우리네 시각에서 유럽의 「혹독」한 세금추징을 보면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종환(암스테르담무역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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