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장사가 있다. 생수판매가 그중 하나다. 지난 한 해동안 생수 판매량은 89만여t으로 금액으로는 1천4백억원대에 이른다. 80년대 후반 이후 매년 30% 이상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00년에는 5천억원대의 거대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지난 95년 5월 국내 생수시장이 자유화되면서 「에비양」 「쿨불루」 「볼빅」 같은 수입생수는 물론 북한산 생수까지 선보였다
▼약수터를 찾는 사람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미명(未明)에 도시근교의 산을 찾는 발길은 대부분 약수터에서 멈춘다. 저마다 손에는 크고 작은 물통들이 들려 있다. 거기에는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기에는 어쩐지 미덥지 않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 국민중 수돗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한다는 사람이 10% 미만이고 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전국 약수터의 수질이 날로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식수부적합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3%보다 1.8%포인트가 높은 17.1%로 나타났다. 약수터 수질마저 이렇게 악화하고 있는 것은 전국토의 오염정도가 그만큼 심각해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 약수터의 주변환경도 문제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전국의 산하가 병들고 있다는 반증이다
▼음용수로 이용하는 약수터 물의 오염만 걱정거리인 것은 아니다. 대체수자원으로서 귀중한 부존자원인 지하수 전체가 죽어가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에 부존돼 있는 1조5천억t의 지하수는 우리나라 연간 수자원 총량의 12배나 된다. 물 부족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막대한 부존자원이 무차별 개발과 지표수의 오염으로 허드렛물로도 쓸 수 없을 만큼 오염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