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토종」찾기 10년 홍석화씨

  • 입력 1997년 8월 23일 08시 08분


경기 고양시 신원당마을에 사는 토종연구가 洪錫和(홍석화·48)씨는 전국을 떠돌아 다니는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 「토종문화에 미친 토종인간」이라고 부른다. 홍씨는 지난 87년 12월 제13대 대통령선거 직후 돌연 우리 것을 찾아나서기로 결심했다. 우리 문화의 토양인 우리의 자연과 풍물을 연구하는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후 그는 10년 가까이 1년에 2백일 이상 집을 떠나 이 땅의 토종을 찾아다녔다. 홍씨는 『에델바이스와 라일락은 알면서 솜다리와 수수꽃다리는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며 『학교에서도 가르치려 들지를 않는다』고 탄식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것을 전달하기 위해 「한국의 토종기행」 「토종문화와 모듬살이」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홍천 메밀, 서산 박, 내린천 토룡, 백운산 숯가루 등 국토를 돌아다니며 만난 토종을 그곳 풍물과 함께 생생하게 알렸다. 지난 19일 발족된 한국토종연구회의 산파역을 맡았던 홍씨는 이제 북녘땅의 토종까지 책에 담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그의 89년형 봉고차 안은 침구와 취사도구로 가득 차 있다. 최소한의 경비로 전국을 순회하기 위해서다. 4,5년 전 그는 전국 어디를 가도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인맥을 구축했다. 서울대 치과대에 다니던 70년대초 학생운동에 연루돼 대학을 그만 둔 그는 한동안 신촌 애오개소극장대표와 민예총편집실장으로 활동하는 등 문화계에 몸담았다. 그러던 그가 사라져가는 토종을 찾아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나섰다. 『그런 걸 왜 하느냐』며 핀잔을 주던 부인 李惠峰(이혜봉·46)씨도 이제는 그를 이해한다. 이씨는 가끔 딸과 함께 홍씨의 작업을 도우러 따라나서기도 한다. 〈고양〓선대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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