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박이라는 망국병

  • 입력 1997년 8월 21일 20시 32분


대학교수 부인, 구의원 등이 낀 상습 도박조직 10개파 2백2명이 검찰에 적발된 데 이어 기업인 연예인 등 부유층 인사 40여명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1백억원 이상의 거액도박을 벌여 외화를 불법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도박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자 망국에 이를 수 있는 병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한심한 사건이다. 도박이 이처럼 전국화 국제화하고 소득 계층 성별을 넘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한탕주의와 황금만능주의, 거기에다 충동적 맹목적 쾌락추구가 덧붙여진 결과일 것이다. 특히 일부 사회 지도층과 상류층이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가정을 파탄에 빠뜨린 것은 우리 사회 지도층의 무너진 도덕성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도무지 마음이 개운치 않다. 도박이 심심풀이 차원을 넘어 심각한 사회병리로 부각되는 것은 일종의 국가적 재난이다. 현재 서울에만 상습 도박조직이 1백여개, 이른바 하우스 도박장이 2천여개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각지의 전자오락실 등에 은밀히 차려진 도박장들까지 합치면 도박관련 지하경제가 수천억원대에 이른다는 추정이 과장만은 아닌 듯하다. 특히 이들 도박장은 최근 들어 조직폭력세력의 신종 이권사업무대로 등장하고 있고 해외 도박조직은 속칭 환치기수법으로 외화를 불법적으로 빼돌려 국가경제를 좀먹고 있다. 한국인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잃은 돈이 연간 15억달러나 된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도 있다. 놀라운 것은 도박을 단속해야 할 현직 경찰관들이 도박조직으로부터 돈을 받고 뒤를 봐주었다는 사실이다. 상습도박은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어려운 일종의 정신장애라고 한다. 결국 철저한 단속으로 뿌리뽑을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번 기회에 망국적인 도박을 근절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단속과 처벌에 추호의 빈틈을 보이지 않기 바란다. 한국인이 라스베이거스의 「봉」이라니 나라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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