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휘발성 産災대책 세워야

  • 입력 1997년 8월 19일 19시 51분


솔벤트에 중독되면 아기를 낳을 수 없게 된다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페인트 유기용제가 심각한 중추신경장애를 일으킨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사업장의 휘발성 유독물질이 얼마나 인체에 치명적이며 대책이 시급한가를 새삼스레 일깨운다. 솔벤트중독의 심각성은 지난 95년 직업병을 호소했던 경남 양산의 한 전자회사 근로자 40명을 2년간 조사한 끝에 드러났다. 여성은 여성호르몬 분비가 크게 줄고 남성의 경우도 정자수가 부족하거나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져 임상적으로 불임이 된다는 충격적인 보고다. 대우조선 도장부서 근로자의 경우도 그 못지 않게 심각하다. 국내 최초로 노사합의에 의해 실시한 정밀역학조사 보고서는 근로자 6백명중 10%에서 중추신경장애 등 뚜렷한 페인트용제 중독후유증이 확인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생식기능이나 중추신경은 생명에 버금가는 인체의 중요 기능이다. 거기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평생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솔벤트와 페인트 유기용제는 휘발성이 강한 물질이다. 그런데 그것이 인체에 중대한 중독 후유증을 남긴다면 산업안전 차원에서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 휘발성 물질의 위해성이 정기 특수건강진단에서 한번도 확인된 적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외국에서는 사업장 공기나 소음 밝기 등 작업조건과 관련된 산업장애가 큰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신체를 다친 경우가 산재(産災)보상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정부가 역학적으로 원인규명이 간단치 않은 장애의 처리에 소극적이고 역학기술과 관련법제가 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임에까지 이르는 특수재해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안전대책과 보상제도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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