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익제씨의 월북 파문

  • 입력 1997년 8월 17일 20시 03분


吳益濟(오익제)전 천도교 교령의 월북(越北)은 그가 남북한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회 지도층인사였기에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남조선당국자들의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인 정책에 환멸을 느꼈다』느니 『통일에 여생을 바치기 위해 월북했다』느니 하는 그의 월북 후 언행이 사실이라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오씨의 월북을 놓고 정치권에서 또 색깔논쟁이 일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徐敬元(서경원)전의원과 文益煥(문익환)목사의 입북, 許仁會(허인회)당무위원의 간첩접촉 등으로 홍역을 치른 제1야당의 입장이 다시 난처하게 됐다. 오씨는 국민회의 창당발기인과 당고문 등을 지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 여당도 이번 오씨의 월북에 대해 국민회의만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자유로운 처지는 아닐 것이다. 그는 최근까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이었고 71년 육군 소령시절에는 국군의 날 유공자로 국무총리표창을 받은 기록도 갖고 있다. 그러한 오씨가 金日成(김일성) 金正日(김정일)찬양론을 펴며 입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의 월북은 어느 정당이나 단체만이 아닌, 우리 사회자체의 문제로 보아야 마땅하다. 오씨는 북한에 노모와 전처 그리고 딸 한 명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월북동기의 핵심은 아닐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1백만 신도를 거느렸던 종교지도자로 종교교류라는 명목아래 북한측과 상당한 접촉을 했던 인물이다. 공안당국은 그의 월북동기가 무엇이며 또 어떤 경로를 통해 입북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오씨는 黃長燁(황장엽)파일에 올라 있어 수사기미를 감지하고 월북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우리의 안보체제에 엄청난 구멍이 뚫린 셈이다. 친북혐의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검증 및 동향관리를 통해 이번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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