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개 벌어 열두개를 소비하면 가정이건 국가건 적자살림은 당연하다. 과소비에 열중하고 비효율과 거품으로 가득한 나라가 경쟁력이 있을 리 없다. 일반 생활에서부터 기업 정부 정치권 등의 소비수준과 효율성을 외국과 비교한 대한상공회의소 분석자료를 보면 우리나라가 「총체적 거품사회」임을 실감케 한다. 이러고도 가계와 나라살림이 거덜나지 않는 게 신통하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없을 만큼 온 나라가 과소비 불감증에 걸려 있다.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승용차운행거리는 일본 미국의 두배나 되고 경소형차비중은 훨씬 낮다. 서울근교 유흥업소는 밤만 되면 건물 전체를 네온사인으로 그려놓는 불야성(不夜城)이다. 그러니 휴일만 되면 고속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하고 상반기에만 에너지수입에 1백41억달러를 썼다. 작년 경상수지적자가 2백37억달러에 이른 것도 흥청망청하는 소비탓이 크다.
공공부문의 비효율과 낭비는 더 심하다.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가 미국은 43만명, 일본은 24만명인 데 비해 우리는 15만명이다. 국민을 위해 하는 일도 별로 없이 정쟁(政爭)을 일삼는 국회의원수만 많다. 선진외국에선 작은정부다, 생산성제고다 해서 정부기구와 인원을 줄이는데 우리는 거꾸로 인구 1천명당 공무원수가 10년사이 두배로 늘었다. 기업체 임원비중이 선진국보다 터무니없이 높고 제조업근로자의 시간당임금이 경쟁국보다 많으니 국제경쟁력이 있겠는가.
고도성장과 국민소득 1만달러의 환상에 묻혀 사회구성원 모두가 과소비에 몰두해온 탓이다. 사회 전체가 거품제거에 나서지 않으면 중병(重病)에 걸릴 참이다. 떵떵거리던 재벌이 군살빼기를 게을리하다 하루아침에 도산하는 것은 기업만의 얘기가 아니다. 어느 선진국 국민들이 우리처럼 이렇게 과소비를 하는지 곰곰이 되새겨보아야 할 때다. 근검절약하고 거품을 빼지 않으면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