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공동개최하는 한일양국의 준비작업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일본은 날고 한국은 기는」 심한 불균형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10개 개최후보도시를 확정한 뒤 경기장건설 등 개최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유치결정이 난 지 1년2개월이 넘도록 개최도시선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가운데 준비작업도 지지부진하다.
이 때문에 국내외 축구전문가들은 5년도 채 남지 않은 21세기 첫 월드컵대회를 한국에서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경기장건립은 최소 4, 5년의 긴 세월이 요구되는 것인데도 대부분의 개최후보도시들은 개최도시선정을 노린 경기장 홍보용 건설계획만 남발하고 있거나 아예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중 개회식과 개막전 준결승전 등 전세계가 주목하는 주요 이벤트를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 서울은 그 무대가 될 축구전용경기장의 건설에 미온적이어서 자칫 개최도시 선정에서조차 제외될지 모른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서울시는 오는 2000년 말 완공예정인 뚝섬 돔구장을 2002년 월드컵경기장으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주)LG상사가 건설할 이 돔구장이 월드컵기간중 축구경기장으로 사용될 수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뚝섬 돔구장은 사실상 야구장으로 쓰기 위한 다목적경기장으로 축구전용경기장이 아니다. 따라서 당초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낸 월드컵유치신청서내용과 배치되며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치른 뒤 문화유산을 후대에 남긴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특히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와 대한축구협회 등 월드컵유관단체들은 특정기업소유의 다목적경기장을 월드컵주경기장으로 하는 것은 국제적 신의나 월드컵 개최국가의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지난 95년 10월 FIFA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할 때 서울의 뚝섬 돔구장을 축구전용구장으로 건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역대 월드컵 개최국 가운데 민간기업 소유의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월드컵유치결정 1주년을 맞아 동아일보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92.2%가 축구전용경기장의 건설에 찬성했고 특히 수도권에 축구전용구장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52.7%나 돼 많은 국민은 월드컵이 전용구장에서 치러지기를 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기존의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이나 민간자본으로 건설할 뚝섬 다목적 돔경기장을 단순히 월드컵기간에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만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대다수 국민의 생각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잠실주경기장은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거리가 멀어 축구경기장으로서는 부적합한데다 조명 음향 중계 및 기자석 시설 등이 FIFA기준에 턱없이 못미쳐 대대적인 보수없이는 월드컵을 치를 수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난 바 있다.
뚝섬 돔구장도 축구전용구장이 아닌 야구장으로 쓰기위한 다목적 경기장이라는 점에서 월드컵을 치를 축구장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현재 5조원이 넘는 지하철부채를 안고있기 때문에 부지값을 뺀 건설비만 3천5백여억원이 드는 전용구장건립에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실무담당자인 권택상 사회진흥과장은 『잠실경기장과 새로 짓는 돔구장에서 월드컵을 치르겠다는 종전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축구전용경기장건립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김상진 부회장은 『잠실경기장과 뚝섬 돔구장에서 월드컵개회식과 주요 경기를 치르겠다는 것은 세계적인 행사를 편법으로 치르겠다는 것으로 국제적 망신을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국가적인 사업이자 세계인이 지켜보는 월드컵대회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드컵조직위원회 이윤재 경기운영국장도 『내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프랑스는 수도 파리에 기존의 스타디움이 있지만 건설비용의 45%를 정부가 지원해 파리인근 생드니에 개회식과 결승전 등을 치를 새 축구전용구장 건설에 들어가 완공단계에 있으며 일본 역시 각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의지로 완벽한 시설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월드컵전용구장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월드컵유관단체들은 현재 LG가 추진중인 뚝섬 돔구장이 축구전용구장으로 건설될 상황이 아니라면 서울시가 새로운 전용구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있다.
이에따라 축구협회와 월드컵조직위는 「국내축구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의 동대문운동장을 축구전용구장으로 개축하는 작업이 가장 명분있고 실효성있는 것이라는 대안을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다.
동대문운동장내 축구장 야구장 수영장 등 2만여평의 부지를 서울시가 제공하고 정부지원과 민간자본으로 전용구장을 건립한 뒤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을 취하면 대회준비를 차질없게 하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서울의 월드컵명물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