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119〉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짐꾼 신바드는 침상에 일어나 앉아 새벽기도를 드렸다. 그런 다음 그는 설레는 가슴을 안고 뱃사람 신바드의 집으로 달려갔다. 주인은 반갑게 그를 맞아 주었고, 이 집의 단골 손님들이 모여들기를 기다렸다가 그의 일곱번째 항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형제 여러분, 내가 여섯번의 항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나는 어느새 부쩍 늙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정말이지 이젠 항해라면 아예 진절머리가 난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리고 항해 따위는 꿈에도 생각지 않고 집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나는 나의 그 몹쓸 역마살을 잡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이었습니다. 집에 들앉아 있으려니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문지기가 나가 보니 시동 한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시동은 나에게로 와 말했습니다.
『교주님께서 신바드 나리를 부르십니다』
교주님께서 나를 부르신다니, 나는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을 한 채 시동을 따라 궁궐로 갔습니다.
나는 교주님 앞에 나아가 부복하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교주님은 잘 왔다고 하면서 융숭한 식사 대접을 했습니다. 그러나 교주님께서 단지 식사 대접을 하기 위해서 나를 부른 것은 아닐텐데,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러는 걸까 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몹시 궁금했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에서야 마침내 교주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여보게 신바드, 내가 그대를 부른 것은 한가지 부탁이 있어서 일세. 거절하지 말아주기 바라네』
나는 교주님 손에 입맞추며 말했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어떤 분부라도 내리십시오. 저는 임금님의 종일 따름입니다』
그러자 교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실은 말일세, 수고스럽지만 사란디브 왕에게로 가서 나의 편지와 선물을 전해주기 바라네. 그 왕으로부터 선물과 서장을 받았으니 답례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이 말을 들은 나는 몸을 떨며 말했습니다.
『알라께 맹세코, 임금님, 이제 저는 도저히 여행을 할 수가 없답니다. 여섯번의 여행을 통하여 끔찍하고 무서운 일, 그리고 너무나 가슴 아픈 일들을 당한 터라 여행이니 항해니 하는 것은 말만 들어도 수족이 떨릴 지경이랍니다. 정말이지 이제는 여행이라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발짝도 바그다드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리라고 맹세를 했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나는 여섯번의 여행을 통하여 내가 겪은 갖가지 고난을 교주님께 털어놓았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으신 교주님은 크게 놀라워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오, 나의 형제 신바드여, 알라께 맹세코, 그대처럼 엄청난 재난을 겪은 사람은 세상에 달리 없을 것이다. 여행이라는 말은 입에 담기도 싫다고 한 그대의 말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나를 위하여 딱 한번만 더 여행을 해줌으로써 사란디브 왕에 대한 일국의 군왕으로서 내 체면을 세워주기 바란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