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박두혁/의료행위선택은 환자권리 아닌가?

  • 입력 1997년 8월 8일 07시 26분


서울고법 민사9부는 최근 의사의 제왕절개수술 권유를 무시하고 자연분만을 고집하다 산모와 태아가 숨진 사건에 대하여 의사에게 7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환자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그동안의 판례들은 의사가 「설명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에 무게를 두어왔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의사들에게 「설득의 의무」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의료계를 또 한번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 각국의 의사회는 의사의 윤리로 FIC를 채택하고 있다. 즉 의사가 의료행위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되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아닌지는 환자나 보호자가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신체에 가해지는 인위적인 변화에 대하여 이를 거부하거나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것은 의사라고 해서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권리인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만약 환자나 보호자가 자연분만을 하겠다고 고집하는데도 불구하고 의사가 제왕절개수술을 강행했다면 더 큰 문제가 됐을 것이다. 이 점에서 상급 재판부는 이번 판결의 내용을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박두혁(연세의료원 홍보실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