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안승운목사부인/『납북된 남편 왜 못돌아오나』

  • 입력 1997년 8월 2일 07시 28분


지난 95년 중국에서 북한인에 의해 강제로 납치된 안승운목사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목사이기 때문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비록 고통스런 일이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뜻이겠지 생각하며 참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연약한 여자로서 남편과 생이별한 후 너무도 큰 시련과 참기 어려운 고통속에 하염없는 눈물과 초조한 마음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나와 우리 가족을 제일 괴롭히는 것은 주변에서조차 남편이 월북한 게 아닌가 하는 시각으로 대할 때입니다. 그런 말을 듣거나 의혹의 눈초리를 접할 때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건 남편의 명예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나에겐 바로 생존의 문제요 나아가 자녀들의 장래와도 관련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남편이 무엇 때문에 월북을 했단 말입니까. 95년 7월 중국정부는 남편의 납치범인 이경춘을 체포하여 징역 2년에 강제추방 판결을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정부는 범인의 형기가 만료돼 그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남편이 월북한 것이 아니라 납치됐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범인은 자기 나라로 무사히 돌아가고 납치를 당한 남편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으니 아내의 입장을 뛰어넘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기막히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더욱이 이같은 현실 앞에서 주위에 아무도 걱정해 주거나 위로해 주는 이 없으니 우리 가족은 망망대해에 떠도는 가랑잎 같은 심정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모든 일에 낙이 없고 힘을 낼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닌지 야속하기도 합니다. 새벽기도로 시작하여 하루종일 기도하며 생활하는 게 유일한 위안입니다. 그런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려 보았습니다. 결국 중국정부에 북한으로 하여금 남편을 돌려보내 주도록 도와달라는 간절한 편지를 쓰기로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러나 편지를 쓴들 누가 그것을 중국정부에 보내 줄 것인가. 우리 정부가 전해줄 것인가, 언론이 도와줄 것인가… 답답하기만 합니다. 국민이 남편의 송환문제에 좀더 관심을 가져주고 우리 정부도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여론과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면 남편은 반드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북녘땅에는 먹을 것도 없다는데 남편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밤마다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하지만 남편사진을 보며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한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며 몸서리를 치게 됩니다. 우리 가족은 언제까지 눈물을 흘리면서 남편을, 그리고 아빠를 기다리며 살아가야 합니까. 온 가족이 행복하게 살던 시절이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겠습니까. <안승운목사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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