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르셋」에서 뚱보 역을 하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몸을 불렸던 이혜은(24).
첫 연극무대에서 성권(性權)을 주장하는 농익은 30대 주부로 등장했다. 이름하여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40,50대 남자치고 밤이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마누라가 너무 밝혀서 무서운 게 아니죠. 그만큼 회사가 쥐어짠다는 얘기죠』
『쇳가루도 녹여먹을 스물여섯살 총각이 대기업 입사 18년만에 폐물이 됐는데… 입사원서에 잠자리 포기각서라도 썼나요?』
천연덕스럽게 대사를 외칠 때마다 객석에서 폭소가 터진다. 「고개숙인 남편」을 보다 못한 아내가 남편 회사의 사주를 걸어 소송을 냈다는 이 연극에는 유독 중년 주부와 나이 지긋한 부부 관객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처녀의 몸으로 성권을 외치는 주부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한 것도 사실이에요. 연극으로 연기력을 다지고 싶어 응했는데, 보통 때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독한 말」을 내뱉고 나면 속이 다 개운해지더라구요』
배역을 맡고 「나이 살」이 필요할 것 같아서 열심히 먹어댄 덕분에 요즘 3㎏이 늘었다. 「코르셋」을 하면서 17㎏이나 살을 찌운 것에 비하면 그래도 약과다. 아줌마처럼 보이기 위해 하루는 입가에, 다음날은 눈 밑에 요기조기 애교점을 찍을 만큼 노력을 기울인다. 극중 남편을 자극하기 위해 보여주는 요염한 춤으로 되레 관객을 흥분시키기도 한다.
『객석과 함께 뜨겁게 어우러지는 이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키가 한뼘씩 커지는 것 같아요. 몸무게는 말구요』
극작 연출을 맡은 엄인희씨는 그런 이혜은을 『눈빛과 느낌이 정확한 배우』라고 평했다. 8월31일까지 오후4시반 7시반(금 오후2시 추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60―0010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