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의 원포인트]잠정구를 치자

  • 입력 1997년 7월 16일 20시 44분


지난해 골프장에서 있었던 일. 고교 동기동창이자 친구인 K씨와 L씨가 잠정구 문제로 언성을 높였다. 파 5홀에서 OB를 낸 뒤 페어웨이에 있는 일명 「OB티」에서 치겠다며 걸어나가는 K씨를 L씨가 제지한 것. 골프룰에 해박한 L씨는 「볼이 OB지역으로 들어갔거나 로스트볼일 가능성이 클 경우 초구를 쳤던 티그라운드에서 잠정구를 쳐야한다」고 주장한 것. 실제로 국제공인룰은 이럴 경우 잠정구를 치는 것이 골퍼의 의무이자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 OB티를 애용했던 K씨는 『앞에 나가서 쳐도 된다』는 캐디의 말에 힘을 얻어 잠정구를 한사코 거부했다. 아직 1백타를 깨지 못한 초보골퍼인 K씨로서는 코스 중간지점의 좋은 위치에 마련된 OB티에서 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골프장의 「OB티」는 OB지역이 많고 내장객이 붐비는 현실을 감안, 로컬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초보자일수록 뒤팀이 밀리지 않을 때는 잠정구를 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본인의 정확한 스코어를 체크할 수 있고 골프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잠정구는 같은 팀의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모두 티샷한 다음에 쳐야 한다. OB를 낸 다음에 치는 잠정구는 자칫 위축되기 쉽고 조급한 마음에 스윙이 빨라지게 돼 또 다시 OB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평상시의 스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주말부터는 캐디의 눈치를 보지 말고 당당하게 골퍼의 권리인 잠정구를 쳐보자. 권오철(프로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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