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태국-멕시코 비교]동남아,중남미式 외환위기 오나

  • 입력 1997년 7월 16일 20시 43분


최근 태국의 외환위기는 지난 94∼95년의 멕시코 외환위기와 비교된다. 태국에서 시작된 환율폭락이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등 인근국들에 일파만파의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남미 경제 전체를 뒤흔든 멕시코 사태와 비슷하다. ▼양국 사태의 공통점〓태국과 멕시코는 우선 수출부진과 경기침체로 무역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를 만큼 확대됐고 이로 인해 외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적극적인 외자도입은 양국 정부의 정책이었으며 외채중에서도 특히 단기외채의 비중이 높았다. 또 고정환율제도를 고집,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유지하는 바람에 환율이 경제상황을 그때그때 반영하지 못한 채 현실과 괴리됐다. 경제의 유연성을 잃은 것이다. 양국 사태 모두 환투기꾼들이 경제가 취약해진 틈을 타 자국통화를 일제히 투매하는 바람에 시작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회복과정에서 멕시코는 미국이 5백억달러를 지원, 위기를 모면했고 태국에는 일본 대만 등 인근국들이 2백억달러를 지원할 움직임이다. ▼양국의 차이점〓동남아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는 저축률에서 큰 차이가 난다. 태국이 GDP대비 36%에 이르는 등 평균 30%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멕시코는 14%에 불과했다. 동남아는 높은 저축률에도 불구하고 투자율이 이보다 높아 모자라는 돈을 외채로 조달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된 것. 반면 멕시코 등 남미는 과다한 소비재 수입으로 흥청망청하면서 빚이 늘어났다. 또 태국은 외환사태 직전연도인 96년 성장률이 6.7%에 달한 반면 멕시코는 93년 성장률이 0.6%에 불과했다. 朴正龍(박정룡)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과장은 『태국사태는 수년간에 걸친 지나친 고성장(8∼10%)에 따른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동남아와 중남미는 「경제의 기본실력」이 다르다』고 말했다. 메릴린치증권 홍콩지사의 니컬러스 콴 연구원은 『환율폭락으로 동남아 국가들이 당장 「이미지」문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멕시코식 혼란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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