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대만 초등교]복도에「언론광장」설치

  • 입력 1997년 7월 14일 08시 01분


대만 타이베이의 용안(龍安)초등학교에는 복도 군데군데에 「언론광장」이란 게시판이 설치돼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종의 「소자보(小字報)」를 붙이는 곳이다. 선생님이나 학교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막상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경우 이 게시판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놓으면 되는 것이다. 『월말고사가 끝나고 반원끼리 축구시합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왜 우리반을 분반(分班)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친한 친구끼리 계속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2,4학년 담임선생님과 헤어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학교측은 매주 화 목 토요일 세차례 게시판에 적어놓은 내용을 조사, 교무회의에서 논의해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을 가린다. 그리고 게시판에 공고를 붙이고 담임교사가 각 반에 처리여부를 알려준다. 3학년 張宇馨(장우형·9·여)은 『우리 생각을 아무런 부담없이 표현할 수 있어 언론광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글을 적어놓으면 곧 학교측의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언론광장만 설치하면 뭣하나. 필기구를 갖다 놓아야 쓸 것 아니냐」는 글을 적은 학생도 있었다. 학교측은 곧바로 게시판 옆에 필기구를 마련해 놓았다. 劉美蘭(유미란·33·여)교사는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언론광장을 설치했다』며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마구 적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무리한 것보다는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것만 요구하는 등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이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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