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의 용안(龍安)초등학교에는 복도 군데군데에 「언론광장」이란 게시판이 설치돼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종의 「소자보(小字報)」를 붙이는 곳이다.
선생님이나 학교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막상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경우 이 게시판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놓으면 되는 것이다.
『월말고사가 끝나고 반원끼리 축구시합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왜 우리반을 분반(分班)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친한 친구끼리 계속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2,4학년 담임선생님과 헤어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학교측은 매주 화 목 토요일 세차례 게시판에 적어놓은 내용을 조사, 교무회의에서 논의해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을 가린다. 그리고 게시판에 공고를 붙이고 담임교사가 각 반에 처리여부를 알려준다.
3학년 張宇馨(장우형·9·여)은 『우리 생각을 아무런 부담없이 표현할 수 있어 언론광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글을 적어놓으면 곧 학교측의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언론광장만 설치하면 뭣하나. 필기구를 갖다 놓아야 쓸 것 아니냐」는 글을 적은 학생도 있었다. 학교측은 곧바로 게시판 옆에 필기구를 마련해 놓았다.
劉美蘭(유미란·33·여)교사는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언론광장을 설치했다』며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마구 적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무리한 것보다는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것만 요구하는 등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이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