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女강사 실종사건,군-경찰 단서 못잡아

  • 입력 1997년 7월 11일 09시 08분


살인일까, 단순실종일까. 지난 5월21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 20대 학원 여강사 실종사건이 영구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부산 M학원 과학과목 강사인 이창화씨(27·여)는 5월20일 밤10시반경 『감옥에서 출소한 옛 애인을 만나러 가는데 보복폭행이 두렵다』며 동행해 달라는 친구 문모씨(27·여·학원강사)의 부탁을 받았다. 문씨의 옛 애인인 이모씨(35)는 문씨를 상습폭행하다 문씨의 신고로 구속돼 2년6개월간의 형기를 마치고 4일 전 출소했던 것. 학원강사 이씨는 다소 꺼림칙했지만 문씨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문씨의 승용차를 타고가 21일 오전 2시경 이씨를 만났다. 문씨의 옛 애인 이씨는 문씨를 협박, 승용차를 부산 해운대구 우2동 유스호스텔 공사장으로 향하게 했고 승용차가 이 곳에 도착하자 두 여자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이 순간 문씨는 차 밖으로 도망쳐 지나가던 승합차와 택시를 번갈아 타고 경찰에 신고했다. 1시간반 뒤 경찰과 함께 문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승용차와 함께 모두 사라진 뒤였다. 경찰은 이틀 뒤 문씨의 승용차와 옛 애인 이씨를 붙잡았으나 학원강사 이씨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이씨가 『도망간 문씨를 뒤쫓아 갔다 돌아오니 친구 이씨도 도망가버리고 차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주장했기 때문. 그러나 문씨 승용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 결과 승용차 시트에서 실종된 이씨의 혈액이 치사량에 이르는 1천5백㏄가량이나 발견됐고 이씨가 거짓말탐지기 양성반응을 보여 경찰은 실종된 이씨가 살해된 것으로 보고 일단 이씨를 범인으로 단정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해군특수부대까지 동원, 부근의 산과 바다를 세차례나 뒤졌으나 학원강사 이씨의 시체를 찾지 못했고 이씨 가족들도 1천5백만원을 들여 여덟차례나 인근 해안을 수색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고민끝에 지난달 17일 이씨를 보복폭행 혐의만으로 기소했다. 검경은 앞으로 살해증거를 발견하는대로 살인혐의를 추가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실종된 이씨의 아버지 이광수씨(61)는 『정황증거만 봐도 내 딸이 살해된 것이 뻔한데 시체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건처리가 흐지부지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분개하고 있다. 〈부산〓석동빈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