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총기소지 문제는 더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 밀수를 통해 국내에 반입된 총기류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국산 공기총을 살상용으로 개조한 소총들이 시중에 버젓이 나돌고 있다. 최근 잇따라 적발된 총기밀매조직들은 권총 반자동소총 등 갖가지 총기류를 1백만∼2백만원씩 받고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불법 총기류가 국내에 10만정이 넘는다니 우리나라도 총기류 「안전지대」라고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가장 걱정스런 일은 국내 조직폭력배들이 총으로 무장하는 사태다. 벌써 상당수의 폭력조직이 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게 관계당국의 분석이고 이들이 중국 등지에 나가 사격연습까지 하고 돌아왔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미국의 갱영화처럼 폭력조직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치열한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서울에서도 연출되지 말란 법이 없다.
▼총기소지가 보편화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연간 3만명 정도가 총기로 목숨을 잃고 있어 대표적인 「총기지옥」으로 꼽힌다. 클린턴 대통령도 94년 「총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총기류에 의한 희생자 줄이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세계 최고수준의 치안을 자랑하는 일본에서도 야쿠자들이 무기를 손에 넣으면서 도심총격전을 벌이는 사태가 일어나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범죄조직의 총기사용은 일단 한번 시작되면 봇물 터지듯 번져가게 마련이다. 일반인들도 총기의 위협을 느끼게 되면 자기보호를 위해 총기 구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연쇄적인 총기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총기문제는 초기단계에서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엊그제 적발된 밀매조직은 겉으로 드러난 일부분에 불과하다. 당국의 철저한 발본색원 작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