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캄보디아 「제2킬링필드」『조마조마』

  • 입력 1997년 7월 9일 20시 07분


▼85년 국내에서도 방영됐던 영화 「킬링 필드」는 캄보디아 내전의 끔찍한 참상을 생생히 전해주었다. 75년 친미(親美) 론놀정권을 무너뜨린 폴 포트의 공산 크메르 루주군이 반대파를 대량 학살하는 장면은 관람객들을 몸서리치게 했다. 실제 그 학살의 잔해는 「해골동산」이 되어 지금도 캄보디아의 「명소」로 남아 있다. 당시 희생당한 사람은 최소한 2백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넘었다. ▼그런 캄보디아에 다시 내전이 불붙고 있다. 노로돔 라나리드 제1총리와 훈센 제2총리가 세력 다툼 끝에 탱크까지 동원, 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공격을 시작한 훈센 총리측은 『우리들만이 캄보디아를 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내년 총선을 의식,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속셈인 듯하다. 벌써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있다니 캄보디아 내전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캄보디아 현 정부는 불안한 정치구조 속에 태어났다. 과거 25년간 6번이나 국기를 바꾸는 정치적 혼란끝에 93년 겨우 유엔감시 하에 총선을 치러 노로돔 시아누크를 왕으로 하는 입헌군주제를 부활시켰다. 하지만 중국 베트남 등 외세까지 개입한 각 정치 군사 파벌을 포용하자니 정부조직은 기형에 가까웠다. 연정을 펴고 있는 라나리드와 훈센은 국방 내무 등 주요 장관직까지 두명씩 임명, 갈등의 씨를 뿌렸다. ▼시아누크 국왕은 현재 중국에서 요양중이고 그의 아들 라나리드는 파리에 머물고 있다. 라나리드가 투쟁을 다짐하는 가운데 그를 지지하는 군대는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다. 얼마 전 악명높은 폴 포트가 체포되어 한숨을 돌리던 캄보디아인들은 언제 다시 두 총리가 격돌, 제2의 킬링 필드를 연출하지나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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