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빼면 할말 없나…경선주자들「리더십 예찬」경쟁

  • 입력 1997년 7월 9일 20시 07분


요즘 신한국당 경선후보들은 경쟁적으로 고 朴正熙(박정희)대통령 이야기를 꺼낸다. 그의 강한 리더십을 자신의 이미지와 연결시키려는 의도에서다. 9일 박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지역정서를 감안한 듯 「박정희 예찬론」이 극에 달했다. 외모와 당찬 언행에서 박대통령과 많이 닮았다는 평을 듣는 李仁濟(이인제)후보는 박대통령의 이미지를 득표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선거벽보에 담은 이후보의 얼굴사진은 한눈에 박대통령을 연상케 하도록 제작됐다. 이후보는 가는 곳마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고 호언한다. 朴燦鍾(박찬종)후보는 지난 5일 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이후보보다 내가 (박대통령을) 더 많이 닮았다. 나는 성(姓)이 같다』며 청중을 웃긴 뒤 『박대통령의 리더십을 꿰뚫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구 연설회에서 『세종대왕 흥선대원군과 박대통령은 국가경영지도자 부국강병지도자 국운융성의 지도자』라고 떠받들었다. 「진짜 TK(대구경북)」를 표방하는 李壽成(이수성)후보는 지난달 30일 박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고 「21세기형 박정희」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수성후보는 『박대통령 리더십의 특징은 에너지를 결집하는 비상한 능력, 비전을 밀고가는 강력한 추진력』이라 주장하고 『민주적 경영능력까지 갖춘 21세기형 박정희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정통보수파」를 자처하는 李漢東(이한동)후보도 이날 5.16정수장학회 회장인 玄敬大(현경대)의원, 박대통령 장조카인 朴在鴻(박재홍)전의원과 함께 박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그는 『박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정치지도자이고 5천년 보릿고개를 추방한 분이다.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하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등 민족의 비전을 제시해준 분이다』고 칭송했다. 崔秉烈(최병렬)후보도 『박대통령의 비전과 소신, 추진력과 현장주의가 필요한 때다. 그와 같은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아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자』고 호소했다. 李會昌(이회창)후보는 『대구경북에서 조국의 근대화를 이룩한 대통령이 나왔다』며 우회적으로 박대통령을 언급했다. 한편 유신시절 민주화세력인 金德龍(김덕룡)후보만이 박대통령을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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