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소수를 위한 변명」

  • 입력 1997년 7월 8일 07시 55분


(복거일 지음/문학과 지성사·4,500원) 「사람에 대한 추상화가 지나치면 구체적인 사람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개인은 그저 지적 연산을 위한 기호나 숫자가 된다. 착한 사람들이 인류의 이름으로, 그렇게도 쉽게 잔인한 짓을 저지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류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곳에선 개인은 멸종의 위기를 맞는 종(種)이 된다」. 소설가 복거일. 그의 시평(時評)은 한편의 장편(掌篇)소설 같다. 예의 인문학적 식견과 언어적 통찰이 반짝인다. 그는 사랑마저도 본질적으로 자기 중심적이라고 한다. 「사랑하면서 질투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D H 로렌스의 말을 인용, 「다른 사람을 사랑하도록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몸 속에 살인자를 낳는다」고까지 경고한다. 집단의 논리,공동체 선(善),그리고 정의의 우격다짐 속에 숨은 폭력과 위선을 경계하는 그의 글은, 그러나 조금은 삐딱하다. 쓰레기 종량제에 대해 미국에서 맨 처음 제도가 시행됐던 도시의 이름을 딴 「시애틀 짓밟기」를 들먹인다. 종량제로 쓰레기의 부피는 37% 줄었지만 무게는 14%밖에 줄지 않았다는, 「쓰레기를 밟아 줄이는」 허구를 꼬집는다. 재활용 쓰레기의 증가에 대해서도 「경제성이 있는 쓰레기는 재활용이란 말이 있기 훨씬 전부터 재활용됐다」며 경제성이 없는 재활용 쓰레기의 증가는 쓰레기의 증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보사태 이후 위원회만 설치해 놓고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서는 「경영학 격언―골치아픈 일이 있거들랑 위원회를 만들어라」라고 한 수 더 거든다.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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