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준호/돈봉투 바라는 교사들 각성해야

  • 입력 1997년 6월 30일 07시 57분


아래층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며칠전 당돌한 질문을 했다. 『아저씨는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묻기에 『나는 선생님이다』라고 대답했더니 『그럼 몇살이세요』라고 되물었다. 내 나이를 말했더니 그 아이는 아주 실망스런 표정으로 『그러면 안되겠네요. 우리 선생님은 쉰살이 훨씬 지났거든요. 아저씨가 우리 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으면 실컷 때려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우리 아빠도 우리 선생님보다 나이가 적어서 안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왜 그러는데』하고 물었더니 『우리 선생님은 툭하면 나를 때려요. 가만히 있어도 때리고 인사를 해도 때려요』라고 하더니 내년에 입학할 내 딸에게 『너 내년에 입학하면 5반은 절대로 하지 말고 1반 해라. 5반하면 넌 그 선생님한테 죽는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정도면 그 아이의 마음에 각인된 교사관은 심각하다. 아마 그 아이의 부모가 시장에서 맞벌이하면서 어렵게 지내다 보니 인사(?)를 제대로 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이를 괴롭히는 것은 너무 파렴치한 짓이 아닌가. 아내의 말로는 다른 학부모도 교사가 아이를 괴롭히기 때문에 돈봉투를 마련, 학교로 찾아가야겠다는 말을 하더란다. 촌지를 잘 챙기는 교사가 승진이 빠르다는 풍문도 있지만 같은 교사의 입장에서 낯뜨거운 일이다. 일그러진 교사상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한심하다. 이준호(부산 부산진구 전포1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