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축미술품」폐지 안될 말

  • 입력 1997년 6월 28일 20시 19분


요즘 도심을 지나다 보면 조각이나 회화작품을 안팎에 설치한 건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시민들에게 삶의 여유를 주고 도시미관에도 기여하는 이들 미술품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건축주가 의무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대형건물을 신축할 때 건축비의 1%를 미술품 설치에 쓰도록 규정한 이 조항은 그동안 건축주들에게 부담은 되었지만 문화예술계의 창작의욕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민관합동의 경제규제개혁위원회가 이 조항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규제는 없을수록 좋다는데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이 조항은 규제보다는 도심환경 개선과 문화예술에 대한 측면 지원 등 공익적인 성격이 훨씬 강하다. 따라서 폐지할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건축여건으로 보아 의무조항이 없다면 신축건물의 미술품 설치가 크게 줄어들 게 분명하다. 가뜩이나 삭막한 우리의 도시풍경이 더욱 황폐해질 것은 뻔한 이치다. 우리의 대도시처럼 볼품없는 곳도 별로 없다. 기능적인 면만을 생각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었던 탓이다. 그나마 거리에서 조각작품을 보게 된 것도 이 법규 덕택이다. 깊은 불황에 빠져있는 문화예술계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곤란하다. 경제가 위축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분야가 문화쪽이다. 1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신축건물의 미술품 수요는 큰 힘이 돼왔으나 이마저 사라진다면 자생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동안 대형건물 미술품 설치와 관련, 잡음도 없지 않았지만 운영과정의 문제일 뿐 제도자체를 폐지하는 명분은 될 수 없다. 문화의 시대라는 21세기를 앞두고 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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