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20)

  • 입력 1997년 6월 24일 08시 10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73〉 궁전에서 나의 일과는 먹고 마시고 편히 쉬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열흘을 지내다보니 나는 건강해졌고 혈색도 좋아졌습니다. 열흘이 지나자 마침내 왕이 찾아왔습니다. 왕을 보자 나는 무릎을 꿇고 그의 손에 입맞추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나를 일으켜세워 자신의 옆에 앉히고 나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왕은 주로 내가 여행한 여러 나라의 갖가지 신기한 풍속에 대하여 알고 싶어 했습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허물이 없어졌고, 왕은 나에 대하여 깊은 우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왕은 마침내 나의 손을 다정스레 잡으며 말했습니다. 『형제여, 사실은 나에게 지난 삼 년을 두고 해결하지 못한 근심거리가 하나 있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백성들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것은 물론 급기야 국왕인 나에 대하여 불만에 찬 원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몰라 잠을 이루지 못하여 새벽같이 사원으로 가 알라께 기도를 드리곤 하는데, 그러던 차에 열흘 전에 나는 그대를 만났던 것이다. 그대와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그대가 많은 경륜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높은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대에게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문을 구하기 위하여 궁전으로 데리고 오도록 한 것이다』 듣고 있던 나는 왕에게 물었습니다. 『자비로우신 임금님이시여, 임금님을 괴롭히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미력하나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왕은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말했습니다. 『실은 말일세, 이 나라에는 누대에 걸쳐 이어져오고 있는 풍속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결혼을 하는 신부는 첫날밤을 반드시 왕과 함께 보내야 한다는 거야. 왕과 함께 하는 잠자리에서 흘리는 처녀의 피를 「성스런 분에 의해 흘린 피」 즉 「성혈」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있어야만 비로소 신부는 남편을 맞이할 수가 있는 것이지. 신부가 왕과 더불어 잠자리를 하는 동안 신랑은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신부가 성혈을 흘리는게 확인 되면 미리준비한 비단 천에 그것을 묻혀들고 나가 집안 사람들 앞에 내어 보이지. 이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두 사람의 결혼은 정식으로 인정받게 되는 거지. 그러다보니 이 나라 국왕이 해야 할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결혼한 신부와 첫날밤을 함께 해주는 것인데 그것을 일컬어 이 나라에서는 「성침(聖寢)」이라고 하지』 듣고 있던 나는 이 너무나도 놀라운 사실에 나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오! 그럴 수가! 그것도 신랑이 지켜보는 앞에서? 신부가 수치스러워하지 않습니까?』 『너무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수치스러워하는 일은 없어. 오히려 신부는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신랑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의 순결을 확인받게 되니까 말야. 그리고 이 나라 처녀들은 성은(聖恩)을 입어야 비로소 한 사람의 여자로 태어난다고 믿고 있어. 그래서 옛말에도 이런 말이 있지. 「나를 낳아준 것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여자로 만들어주는 것은 성군(聖君)」이라는 말 말이야』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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