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16)

  • 입력 1997년 6월 19일 08시 02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69〉 수평선에 걸려 있는 그 희미한 점을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하여 나는 높은 나무 위로 기어올라갔습니다. 나무 위에서 보니 그것은 틀림없는 배의 마스트였습니다. 게다가 그 배는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배는 그 형체를 드러내었습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빠르게 다가오더니 마침내 섬에 이르러 닻을 내렸습니다. 널빤지가 걸쳐지고 한 무리의 승객들이 배에서 내려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오랜 항해에 지친 몸을 쉬기 위하여 이 섬에 잠시 닻을 내린 것 같았습니다. 일동은 나를 발견하고 몹시 놀라워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인데다가, 몇 달 동안을 깎지 못한 머리카락과 수염으로 인하여 흡사 야수같이 보였을 테니까 말입니다. 사람들은 나를 에워싸고는 내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왜 이런 섬에서 혼자 살고 있는가 하는 데 대하여 물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지금까지 나에게 닥친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내 신세 이야기를 듣고난 사람들은 몹시 놀라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어깨에 올라탔다는 그 사악한 노인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뱃사람들한테서 들은 적이 있어. 그놈은 「샤이후 알 바르」 즉 「바다의 노인」이라는 놈인데, 그놈의 다리에 일단 한번 목이 감기는 날이면 죽을 때까지 풀려날 수가 없다고 하더군. 그놈이 얼마나 영악하고 사악한지 여태껏 그놈한테 걸렸다가 살아난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당신이 이렇게 살아났다는 것은 정말이지 알라의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야!』 이렇게 말하고 난 그들은 먹을 것을 내 앞에 내어놓았습니다. 나는 미처 고맙다는 말을 할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그들은 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인 내 모습이 딱했던지 여분의 옷 한 벌을 나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나를 자신들의 배에 태웠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그 지긋지긋한 「샤이후 알 바르」의 섬을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해를 계속한 끝에 마침내 바닷가 어느 소왕국에 당도하였습니다. 그곳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하얀 칠을 한 예쁜 집들은 바다를 향하여 서 있었고, 궁전과 사원의 돔들은 황금을 입혔기 때문에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항구 주변에는 갖가지 꽃나무들이 온갖 꽃들을 피운 채 들어차 있었고, 도시 뒤편에 솟아있는 산에는 푸른 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도시가 있다니, 여러분 중에 누가 이 도시에 대하여 아는 사람이 있소?』 배가 항구로 들어서고 있을 때 선장은 승객들을 향하여 물었습니다. 그러나 승객들 중 누구 한 사람 그 도시에 대하여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선장은 항구에 배를 대었고, 상인들은 저마다 상품들을 싣고 상륙하였습니다. 한바탕 교역을 하기 위해서였지요. 나는 교역을 할 물건은 없었지만 그 아름다운 도시를 구경하기 위하여 배에서 내렸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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