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소년선도 내 자식처럼

  • 입력 1997년 6월 18일 20시 07분


며칠전 TV뉴스에 방영된 청소년들의 폭력과 탈선 현장은 학부모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대낮 학교 근처에서 고교생들이 후배들을 마구 구타하는가 하면 어린티를 갓 벗어난 남녀 중학생들이 동네 놀이터에서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학원폭력뿐이 아니다. 성폭력 약물중독 등 청소년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단계다. 사실 청소년 탈선의 일차적인 책임은 기성세대에 있다. 청소년에게 팔아서는 안되는 술과 담배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고 포르노와 폭력물 등 유해매체들도 모두 어른들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이번에 문화체육부가 마련한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서 18세 이하 청소년에 술과 담배의 판매를 금지한 것은 청소년들을 나무라기에 앞서 탈선의 빌미를 제공하는 어른들에게 먼저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청소년정책에서 발상의 전환을 꾀한 점을 높이 살 만하다. 그동안 청소년문제와 관련해 갖가지 대책이 나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사회 전체의 실천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서도 청소년들에게 술과 담배를 판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당국이 무슨 수로 일일이 단속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TV 잡지 등 유해 매체를 규제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영상물의 경우 「청소년 시청불가」나 「출입제한」 마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고 성인만화나 음란주간지는 반드시 포장을 해서 판매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시행령이 아니더라도 미성년자보호법이나 국민건강증진법 등 기존 법규를 통해 지금도 청소년 유해환경에 대한 단속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법의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결국 청소년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성세대의 역할이 아닐 수 없다. 자기 자식에게 술이나 담배를 팔고 유해업소에 들여보내는 업주들은 없을 것이다.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에는 항상 뜻을 같이하면서도 자기 자식이 아니면 나 몰라라 하는 윤리마비 풍조가 청소년문제를 이 지경에 이르도록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이 제정되고 이 법을 집행할 상설기구로 청소년보호위원회까지 생긴다고 하니 차제에 사회 전체가 청소년들을 유해환경으로부터 차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을 자기자식 대하듯 한다면 청소년 탈선이나 비행은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나라의 장래를 떠맡게 될 청소년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데 내 자식 남의 자식 구별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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