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혁의 사이버월드]『인터넷 구걸』 사이버 거지

  • 입력 1997년 6월 11일 07시 54분


아무리 잘 사는 선진국이라 해도 거지는 있다. 그러면 사이버공간에도 거지가 있을까. 물론 「있다」. 인터넷으로 적선을 받는 사이버 거지(www.panhandler.com)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5월. 「가상거지(Virtual Panhandler)」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구걸을 시작한 이곳은 네티즌들이 여기에 들러 신용카드나 편지로 따뜻한 동정을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쉽게 동정을 베풀 수 있도록 시중에서 쓰이는 신용카드는 모두 쓸 수 있다. 거지에게 몇마디 격려의 말도 적어둘 수 있다. 현재까지 약 7천5백명이 이 사이트를 방문했는데 그동안 접수된 돈의 합계는 미화 16.97달러 일본돈 2백50엔 그리고 1달러짜리 음식교환권이라고 한다. 홈페이지 한쪽에는 그동안 기부에 참여한 사람중에서 기부금을 많이 낸 「톱 10」의 명단이 실려 있다. 이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신용카드로 기부하기보다 편지로 돈을 보내고 있다. 사실 얼굴도 모르는 거지에게 누가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주겠는가. 이 사이버 거지는 인터넷을 통한 거지들의 연대를 꿈꾸고 있다. 현재 인터넷 거지 사이트는 50여개의 다른 거지 사이트와 연계돼 있는데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의 거지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거지 사이트를 운영할 실력이라면 번듯한 직장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텐데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안진혁(나우콤 전략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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