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눈]한화가 소생하는 이유

  • 입력 1997년 6월 9일 20시 47분


프로야구 초창기인 지난 80년대와 비교해보면 우리 선수들의 인터뷰 수준은 한결 성숙해진 게 사실이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선수들은 팀보다는 개인성적을 앞세웠다. 그러나 요즘 선수들은 다르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야구를 생계수단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한다. 지난 주말 대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화 장종훈에게 『최근 방망이가 잘 맞고 있는데 5년만의 홈런왕 복귀도 한번 욕심내볼 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팀이 이처럼 어려운데 홈런왕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되물어 필자의 낯을 뜨겁게 만들었다. 지난 8일 해태와의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린 신인 백재호도 『신인왕에 대한 미련은 버린 지 오래다』면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들을 강병철감독에게 전했더니 그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강감독은 『송지만 이영우 등 주포들이 부상한데다 장종훈마저 컨디션 난조로 2군에 떨어져 팀이 어려워지니까 선수들이 오히려 똘똘 뭉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승후보로 꼽혔던 우리 팀이 시즌초부터 바닥을 헤맨 원인이 선수들의 자만심 때문이었다면 최근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들의 이와 같은 마음가짐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단체경기인 야구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마음을 모아 이루어내는 조화가 전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었던 하루였다. 하일성<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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