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美-日 호황의 비결

  • 입력 1997년 6월 9일 20시 47분


미국 경제가 부럽고 일본 기업이 부럽다. 『일본의 제조업은 리스트럭처링(사업 재구축)으로 체질이 단단해졌다. 1달러 1백10엔대 정도의 엔고는 겁낼 것 없는 국제경쟁력을 갖췄다. 당장은 무역흑자의 증가를 피할 수 없다』고 일본측 분석가들은 말한다. 국제수지적자 줄이기에 비상이 걸린 우리에겐 즐거운 비명으로 들린다. 그런 일본인들도 미국 경제에 대해선 『타이거 우즈만큼 강하다.미국을 배워야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미국이 누리는 경기호조는 올해로 7년째. 올 1∼3월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연율로 5.8%. 우리 경제발전 단계에선 두자릿수 성장 정도의 기세다. 최고이익을 경신하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 미래향한 기업구조 조정 ▼ 일본 제품과 부품은 빨려들듯 호황의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 미국에서 패퇴를 거듭하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상장회사들은 전산업에 걸쳐 3년째 이익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올 3월 결산법인들의 전년 대비 평균 증가율은 11.5%. 특히 제조업은 평균 18.5%로 성장신화 부활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이익격감과 적자추락의 참담한 성적표를 쥐고 한숨짓는 국내 기업들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미국 경제가 경기 사이클을 비웃듯 쾌주하는 비결은 평범하다면 평범하다. 산업계의 철저한 리스트럭처링과 군살빼기를 우선 들 수 있다. 또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주도하는 시장중시 경제정책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미 중앙은행)의장의 절묘한 금융정책은 기업 구조조정에 고속도로를 닦아주었다. 그 바탕 위에서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앞질러 뚫어보고 경제의 정보화 네트워크화를 주도했다. 한마디로 산업구조를 줄기차게 고도화한 것이 미국 경제의 영광 부활로 이어졌다. 정보화는 산업의 사회적 생산기반을 개선, 비용절감에 기여했다. 4명이 일터를 잃으면 6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신산업 창출력은 미국 경제의 멋진 국면이다. 서비스 및 응용기술의 개발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 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됐다. 일본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4월까지 2년여의 엔저와 저금리 효과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부단한 합리화가 경쟁력 향상을 가져다주었다. 제조거점의 재배치, 자재조달의 효율화, 만족을 모르는 원가절감 노력 등이 주효했다. 또 정보통신분야 등에서 새로운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90년대초 경제의 거품이 꺼진 뒤의 고통 속에서도 이를 갈듯 연구개발에 매진, 기술집약적 신제품을 쏟아냈다. 일본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은 평균 244%. 우리 상장사 평균 382%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양호하다. 그런데도 일본 기업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뼈를 깎는 결단을 내린다. 미쓰이부동산은 지난89년 68억엔에 구입한 토지를 최근 15억엔에 되팔았다. 묶인 자산을 털어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의 얘기다. ▼ 규제 줄여 「변신」쉽게 ▼ 경기 회복을 기업에만 기댈 일은 물론 아니다. 일본 제조업의 구조전환이 규제형 산업 및 정부부문에 비해 훨씬 빨랐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재정적자 축소도 규제 파괴의 필요성을 웅변한다. 작년 통신법 개정에 의한 경쟁촉진이나 하이테크분야의 관세철폐를 겨냥한 정보기술협정 체결은 작은 예에 불과하다. 시장 시스템 감시 이외의 규제를 최대한 털어내 경제 활성화에 돛을 달았고 그 결과 세수 기반이 강화됐다. 배인준(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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