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05)

  • 입력 1997년 6월 7일 09시 15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58〉 그후로도 나는 하루에 한 번이나 이틀에 한 번 밖에는 빵을 입에 대지 않았고, 물도 한 모금씩 밖에는 마시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동안에 먹을 것이 떨어지면 큰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절약을 했음에도 식량은 자꾸만 줄어들었습니다. 『조금만 먹고 조금만 마셔야 한다. 혹시 신께서 너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어 주실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때까지는 견뎌야 한다』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동굴 벽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앞일을 걱정하고 있으려니까, 별안간 동굴 입구를 막은 바위가 옆으로 밀쳐지고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웬 일일까?』 처음에 나는 나를 그 죽음의 동굴에서 꺼내주기 위하여 알라께서 사도를 보내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동굴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은 또 다른 시체를 메고 온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잠시 후 사람들은 남자 시체 하나를 동굴 안으로 던져넣었습니다. 이어 울며 탄식하며 발버둥을 치는 여자 하나를 동굴 안으로 내려 보내었습니다. 그녀가 먹을 빵과 물이 든 꾸러미와 함께 말입니다. 화려한 비단 옷에 온갖 패물로 장식을 한 여자는 아직 젊은 데다가 제법 미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둡고 으스스한 지옥으로 내려온 여자는 미처 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지상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있는 여자를 동굴 속으로 집어넣은 뒤 입구를 틀어막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저마다 돌아가버렸습니다. 그 어두운 무덤 속에 젊은 여자와 나 두 사람만 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는 해골의 다리뼈 하나를 집어들고 여자에게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하여 여자의 정수리를 내리쳤습니다. 여자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기절하여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여자가 쓰러진 뒤에도 나는 그녀가 완전히 숨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내리쳤습니다. 그녀가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했을 때에서야 나는 말했습니다. 『날 용서하오. 어차피 당신은 죽을 몸이지 않소? 그런 당신을 내가 며칠 먼저 죽게 했을 뿐이라고 생각해 주시오. 알라께서 당신의 영혼을 거두어주시기를 빌겠소!』 이렇게 말하고난 나는 그녀의 빵과 물을 빼앗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녀의 몸을 더듬어보았습니다. 그녀는 호화로운 의상에 목걸이, 보옥, 황금의 장신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는 최대한 성장을 시켜 매장을 하는 것이 이 나라의 관례였기 때문입니다. 저승길에도 여자는 아름답게 보여야 할 테니까요. 나는 동굴 한쪽 구석에 있는 나의 자리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갖다놓았습니다. 그리고 간신히 연명할 만큼만 먹고 마시며 지냈습니다. 최대한 식량을 아껴 기갈로 인해 죽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전능하신 알라의 구원을 완전히 단념하지는 않았던 것이랍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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