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과감한 수비와 활기찬 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하는 선수들은 홈런타자나 에이스 못지 않게 중요하다.
프로야구 「3대 악바리」로 통하며 근성으로 똘똘 뭉쳤던 이정훈(OB) 박정태(롯데) 송구홍(LG)이 바로 그런 선수들. 그러나 올해는 이들의 물고 늘어지는 플레이를 구경하기가 어렵다.
87년 신인왕, 91∼92년 타격왕 2연패, 골든글러브 4회 수상. 이정훈의 화려한 경력이다. 그러나 지난 3일 현재 그의 타율은 0.185. 92년 홈런 25개, 도루 21개로 「20―20클럽」에 가입할 만큼 힘과 빠른 발도 갖추었던 그였는데 홈런 없이 도루는 5개에 불과하다.
이정훈은 96시즌이 끝나자마자 쫓기듯 삼성에서 OB로 옮기며 「부활」을 맹세했다. 그러나 결국 나이(34)와 오른쪽 발목 부상에 이제는 가끔 대타로 나오는 데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93년 왼쪽발목 골절상으로 선수로서 「사형선고」를 받은 뒤 세차례의 수술을 거쳐 95년 재기에 성공했던 「작은 거인」 박정태. 그는 지난 시즌 주자가 나가있을 때 기록되는 득점권 타율이 3위(0.389)로 찬스에 누구보다 강했다. 하지만 올해는 병살타만 10개나 양산, 김용희 감독의 애를 태우고 있다. 통산타율 0.316으로 뛰어난 타격을 자랑하던 그의 현재 타율은 0.219. 홈런은 단 1개. 또 강한 승부근성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92년 이정훈과 함께 「20―20클럽」에 가입하며 「허슬 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송구홍. 클린업 트리오의 중책을 맡아야 할 그가 올해는 8,9번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13일에는 연습도중 자신이 친 타구에 맞아 오른쪽 발가락이 부러지는 불운도 겹쳤다. 타율은 0.257. 나갈 기회가 적어 도루도 5개뿐이다.
〈김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