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안 내용-전망]무한경쟁시대 「파산銀」나온다

  • 입력 1997년 6월 3일 20시 19분


《우리나라의 금융개혁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31명의 재계 학계 금융계 등의 대표들이 지난 1월22일부터 모여 짜낸 방안이 대통령에게 종합보고되자 무엇이 어떻게 「개혁」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개혁위원회는 개혁방안 작업에 나서면서 「누구든지 금융산업에 자유롭게 뛰어들되 부실경영을 계속해서 망할 금융기관은 망하게 하자」는 대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진입장벽을 허물려고 하자 은행 보험을 비롯한 기존 금융기관의 반발이 엄청나 금개위는 이들의 최저 자본금은 낮추지 못하고 증권사만 업종형태별로 낮추는 선에서 멈췄다. 또 「은행에 주인이 없다」는 지적에 주목, 예외적으로 소유한도 확대를 허용하기로 했으나 재경원은 물론 금개위원들조차 실현성에는 고개를 가로 젓는 상황이어서 은행소유구조에 큰 변화는 그리 빠르게 올 것같지 않다.》 〈윤희상 기자〉 ▼ 재벌,은행지배 가능해지나 ▼ 금개위가 은행주식을 제한적으로 1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금융산업의 진입을 자유화,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소유한도 규정을 국제 기준에 맞추려는 포석. 선진국은 주식소유 상한선을 명시하지 않는 대신 일정한도를 초과, 은행주식을 보유할 경우 사전에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금개위는 『자격요건이 엄격해 현실적으로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을 지배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따라 재벌의 은행지배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金寬泰(김관태)조흥경제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은행의 사금고화」라는 비난 때문에 당장은 어렵겠지만 재벌의 은행지배는 단계적으로 실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빅뱅식 금융재편 올까 ▼ 금융기관의 진입과 퇴출을 자유화함으로써 경쟁체질을 강화한다는 것은 금개위 2차보고서의 핵심내용중 하나. 그러나 금개위안대로 입법화돼도 당분간 경쟁에서 탈락한 은행이 합병되거나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兪泰浩(유태호)대우경제연구소 상무는 『은행 합병은 대규모 감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인원 정리가 쉽지않기 때문에 합병을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 진입장벽을 낮추는 문제는 금개위조차 소극적이어서 증권 선물거래 투자신탁운영회사 등의 설립 최저자본금은 낮추도록 제안하면서 은행 보험 상호신용금고 등의 최저자본금 한도는 그대로 유지토록했다. ▼ 금융기관 경쟁환경 어떻게 변할까 ▼ 오는 99년부터는 외국은행이 국내에서 현지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張炳和(장병화)한국은행 조사1부 부부장은 『이렇게 되면 국내 은행들은 외국은행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은행들은 지금까지는 지점형태로 국내에 진출, 여러가지 제약 속에서 경쟁을 하면서도 국내 은행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성을 보여왔다. 따라서 제약없이 무한경쟁을 벌이게 될 경우 파산위기에 처하는 국내은행이 반드시 나타나게 될 것으로 금융계는 예상하고 있다. 금개위는 현지법인 형태로 국내에 진출하는 해외자본은 자국 모(母)기관의 소유구조가 국내규정에 맞으면 제한없이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 관치금융 더 심화안될까 ▼ 은행 보험 증권 감독기관을 하나의 감독원으로 묶은 것은 금융산업간 진입문턱이 점차 낮아지고 업무의 겸업화 추세가 확대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일견 타당한 조치. 문제는 운용의 묘에 있다. 규제를 양산하는 공룡감독기관이 될지,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인 감독기구가 될지 아직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한 금융관계자는 『솔직히 금감위의 신설로 지금보다 더 많은 규제가 양산되고 일부 중복검사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개인과 기업의 금융거래정보가 금감위의 통합전산망으로 집중되는 것도 문제. 금감위가 업무상 취득한 금융거래정보를 「악용」할 경우 금감위는 「경제 안기부」로 돌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한은 독립,어떻게되나 ▼ 금개위가 마련한 중앙은행제도 개선안은 「통화신용정책 수립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이에따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는 것. 李經植(이경식)한은총재는 『금개위안은 물가안정과 신용제도의 건전성을 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대안』이라면서 『앞으로 법제화과정에서 금개위의 개혁정신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평가했다. 금개위안으로 한은 독립의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아직은 멀었다」는 의견도 있다. 李弼商(이필상)고려대교수는 『중앙은행이 통화신용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감독기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수족을 잃고 어떻게 은행건전성을 감독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한은총재가 지금처럼 재경원장관의 제청으로 임명되는 방식으로는 중앙은행의 독립은 요원하다』면서 『국회의 동의를 얻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 기업정보 투명해질까 ▼ 금융기관들은 우리나라에 신용대출제도가 정착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기업신용정보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재벌기업은 계열사끼리 상호빚보증이나 자금거래로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도 기업별 재무상태만을 보고 대출을 해주고 있어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금개위는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계열기업군의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가 금개위 방안대로 이 제도를 도입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