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묘책없는 교육개혁안

  • 입력 1997년 6월 2일 20시 09분


학부모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였던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의 제4차 교육개혁안이 발표됐다. 각 가정에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사교육비 대책을 중점적으로 다룬 이번 개혁안은 과외금지와 같은 극한처방을 피하는 대신 장기적으로 학교교육 정상화를 통해 과외를 없애겠다는 내용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교개위가 「개혁」이라는 거창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에서 사교육비 대책을 마무리한데 대해 학부모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수험생 자녀를 두고 있는 가정에서는 교개위에 특단의 조치는 아니더라도 뭔가 새롭고 설득력있는 가시적 대책을 기대했다. 물가는 뛰고 가계수입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과외비 지출이 각 가정에 안기는 부담과 고통은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전체 소득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할지 몰라도 과외비를 빼고 나면 실제 삶의 질과 관련된 지출은 후진국이나 다름없다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과외대책을 세워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거센 것도 이 때문이다. 교개위가 이번에 내놓은 단기적인 과외대책은 오는 8월 위성과외를 실시하고 학교마다 방과후 과외프로그램을 마련해 과외비 지출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 정도다. 위성과외의 경우 과외를 뿌리뽑겠다는 교육당국이 전국의 학생들을 상대로 직접 과외에 나서는 것과 다름없어 명분상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고 성공 여부마저 불확실하다. 또 위성수신에 필요한 장비 구입을 위해 또다시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고 있다. 교육당국이 토로하는 대로 현재로서는 과외문제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장기적으로 학교교육이 정상화되도록 적극 지원해 자연적으로 과외수요가 수그러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공교육의 현실을 바라볼 때 공교육 지원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번 개혁안이 학교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에 들어 있는 장기대책은 막연한 청사진에 불과할 뿐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2005년까지 모든 초중고교의 학급당 최대 학생수를 35명선으로 하고 지방대 육성, 학교시설의 현대화를 꾀하겠다고 밝혔으나 무슨 수로 엄청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교육 회복을 위해 필수적인 우수교사 확보와 교원 처우개선, 대입제도 개선방안이 빠져있는 것도 아쉽다. 과외문제를 해결하는데 단기대책이 불가능하다면 교육당국은 국민의 양해를 얻어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실현가능한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 그 장기대책이 설득력을 가질 때만 국민은 정부를 믿고 기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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