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양명희/회사홍보용 환경사진 서울역촬영 꼴불견

  • 입력 1997년 5월 29일 08시 42분


수원에서 서울로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기 때문에 매일 서울역 광장을 통과한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여러기관이나 단체에서 전기를 아끼자거나 과소비를 추방하자는 등 캠페인을 벌인다. 며칠전 어느 기관에서 환경을 깨끗이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일부는 피켓을 들고 일부는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는데 모두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의 남자직원들과 유난히 멋있는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들이었다. 유심히 살펴보니 그들은 사실 청소에는 관심이 없는 듯 건성으로 비질만 하고 있었다. 간부인 듯한 사람이 『어이, 홍보실 직원 어디 있나. 빨리 사진 찍어야지. 아니 비디오는 왜 안찍는거야』 하더니 잠시후 『자, 대충 찍었으면 빨리 가자구』라고 소리쳤다. 사보에라도 실을 사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럴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적지않은 인원과 시간을 들여 아침 일찍 서울역 광장에 모인 것일까. 차라리 그시간에 실제로 자기집 앞이나 회사주변 청소를 할 것이지. 한참 구경하다 돌아서는데 환경미화원이 담배연기를 뿜으며 한마디 한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저 사람들은 맨날 와서 뭐 하는 거야. 빨리 가야 청소를 하지…』 양명희(서울 중구 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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